4분기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한국경제의 회복 강도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연합뉴스가 민간 거시경제전문가 10명의 경기진단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 초반'에 머물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약한 데다, 글로벌 고금리와 고유가라는 새로운 변수들이 돌출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양상이다.
글로벌 강달러로 각국 통화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탓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효과도 제한적이다.
그나마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 시그널로 꼽혔다.
정부·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하는 '올해 1.4%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과 맞물려 4분기 수출이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1.4% 성장률이라는 컨센서스 자체가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달성하기 쉬운 상태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선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는 않지 않나"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반도체 수출악화를 자동차 수출이 커버하면서 수출이 아주 악화하지는 않지만, 중국 경기침체 탓에 제약이 크다"며 "반도체는 개선되는 희망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시장과의 연계가 높은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류덕현 경제학부 교수도 "이전 정부는 관행적으로 경제 성적이 낮으면 추경예산이나 적극적인 재정정책 같은 정책적인 기여도를 감안해 성장률 전망을 내놨지만 지금은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은의 금리인하도 어렵다"며 "1.4% 성장률은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화여대 석병훈 경제학과 교수도 중국 경기부진, 고유가, 고금리, 정부재정 악화 등의 변수를 꼽으면서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고 있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무역수지 모두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정부가 예상하는 것처럼 하반기 성장률이 전반기의 2배 이상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경영연구원은 성장 전망 수정치를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1.1~1.2% 성장률을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금융업계는 내년 성장률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소수점 이하 성장률 수치보다는, 1%대 초중반의 저성장 국면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순환적 사이클로 보면 경기가 좋아질 개연성이 있는데 회복 강도는 약할 것 같다"며 "1.4% 성장률을 달성하면 괜찮고 1.2%면 탈이 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반등 강도는 약하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 잠재성장률 밑돈 다음에는 거의 V자형으로 반등하는 패턴이었다"며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좋아지더라도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면 그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6%였다. 하반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된다면 올해 성장률은 1.2~1.3%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부터는 D램이든 낸드든 반도체 가격 반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걸로 보인다"며 "수출이 바닥을 지나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유가 탓에 회복 속도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간 성장률은 1.4~1.5% 정도로 전망한다"며 "내년에는 2%대 초반으로 그나마 회복되는 전망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고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거시경제 시각은 지금도 동일하다"며 "민간의 경기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을 비롯해 하반기 성장률을 떠받쳐줄 부분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1.2%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1.4% 성장 전망의 가장 큰 근거는 수출이기에 수출이 빨리 회복되면 달성 가능하다"면서도 "일단 수출은 바닥을 찍어가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빨리 좋아지기는 어려워 보이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고금리, 중국 부동산 부실 등의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잔존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기업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내재적 문제가 그대로 있다. 최근 고유가로 인한 물가 변동도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라며 "이런 외재적 함정과 내재적 결함을 고려하면 1.4% 성장률은 도전적 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