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부 선박이 제한적으로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이 선택적으로 항로를 허용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통제된 개방’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파키스탄 유조선 통과…비이란 선박 첫 사례
1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 국적 원유 운반선 ‘카라치(Karachi)’호가 위치 정보를 공개한 상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전쟁 이후 비이란 선박으로는 사실상 첫 사례로 평가된다.
해당 선박은 아부다비산 원유를 적재하고 페르시아만 주요 에너지 허브인 다스섬에서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이 사례가 이란이 일부 비이란 선박에 대해 ‘협의된 안전 통과’를 허용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 이란 승인 하 ‘선별 통과’ 가능성
해양 분석가들은 해당 선박이 국제 수역이 아닌 이란 해역을 따라 이동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이란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통과하기 어려운 경로라는 점에서, 특정 조건을 충족한 선박에 한해 통과를 허용하는 방식이 도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까지는 이란의 ‘다크 플릿(제재 회피 선단)’ 중심으로 통과가 이뤄졌지만, 점차 일부 외국 선박에도 문을 열고 있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 인도·중국 향 물량 증가…유가 상승 압력 완화
이란의 제한적 통과 허용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와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가스 수송이 일부 재개되면서 글로벌 공급 불안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및 기타 생산국 원유에 대한 경쟁 압력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지며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 인도, 외교 협상 통해 LPG 수송 확보
특히 인도는 이란과의 외교 협상을 통해 에너지 수송을 일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주말 동안 액화석유가스(LPG)를 실은 유조선 2척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이 중 한 척은 이미 인도 서부 항구에 도착했다. 나머지 한 척도 곧 도착할 예정이다.
이는 인도 총리와 이란 대통령 간 통화와 더불어 인도가 이란 국민 송환을 지원하는 등 외교적 교환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여전히 제한적 흐름…평시 대비 4% 수준
다만 현재 해협 통과 물량은 여전히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약 125척이 통과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하루 평균 5척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말 동안 통과한 유조선 역시 3척에 불과해 평시 대비 크게 감소한 상태다.
현재 약 1,100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으며, 이 중 250척이 원유 및 석유 제품 운반선으로 파악된다.
▲ 군사적 위험 여전…선박 운항 위축
해협 통과가 제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높은 군사적 위험이다.
이달 들어 중동 해역에서 20건이 넘는 상선 공격이 발생했으며, 특히 유조선을 중심으로 위협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 한 건의 기뢰나 드론 공격만으로도 선박 운항이 즉각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인식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 미 호위 계획에도 한계…물류 정상화 시간 필요
미국은 해협 통과 선박 보호를 위한 해군 호위 작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기 중인 수백 척의 상선을 모두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해협 안전이 확보되더라도 현재 적체된 물량을 해소하는 데에는 수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구조적 병목…‘두 개 항로’ 한계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이 약 34km에 달하지만, 대형 유조선이 통과 가능한 깊은 수로는 양방향 각각 3km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상 ‘2차선 도로’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물동량이 몰릴 경우 병목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 향후 ‘허가제 통과’ 도입 가능성
향후에는 보다 공식적인 선박 통과 승인 체계가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시행했던 ‘사전 승인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으로, 선박이 사전에 통과 허가를 요청하는 구조다.
이란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해협 통과를 통제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사실상 ‘정치적 승인’에 종속되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핵심은 ‘통제된 개방’…에너지 시장 변수로 부상
결국 현재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완전 봉쇄도, 완전 개방도 아닌 ‘통제된 개방’ 국면으로 평가된다.
이란이 전략적으로 통과를 허용하는 선박을 선별하면서 에너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제 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유가 흐름과 공급망 안정성은 단순한 군사 상황을 넘어, 이란의 통과 허용 기준과 외교적 협상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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