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러시아의 드론 생산망에 핵심 부품을 지속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 중소기업들이 군민겸용(dual-use) 부품 거래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의 대(對)이란·러시아 제재 체계가 실효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론 전쟁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통제 전략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 중국 기업, 전쟁 와중에도 드론 엔진 판매 시도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러시아의 드론 생산망에 핵심 부품을 지속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 중소기업들이 군민겸용(dual-use) 부품 거래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의 대(對)이란·러시아 제재 체계가 실효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론 전쟁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통제 전략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 중국 기업, 전쟁 와중에도 드론 엔진 판매 시도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하고 이란이 텔아비브 및 중동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에 나선 가운데 중국 샤먼(Xiamen)에 위치한 한 기업은 공격용 드론 엔진 판매 이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기업은 ‘샤먼 빅토리 테크놀로지(Xiamen Victory Technology)’로, 독일 설계 기반의 ‘림바흐 L550(Limbach L550)’ 엔진 판매를 제안했다.
이 엔진은 이란의 자폭 드론 ‘샤헤드-136(Shahed-136)’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해당 드론을 대량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해당 엔진의 이란·러시아 수출을 금지한 상태지만, 빅토리 테크놀로지는 자사 웹사이트에 샤헤드형 드론 이미지를 올리고 “항공 엔진 솔루션 혁신”이라는 문구까지 내세우며 공개적으로 영업 활동을 벌였다.
▲ 美 제재망 흔드는 중국산 군민겸용 부품
이번 사례는 미국 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군민겸용 부품 유통 통제 실패’를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은 엔진, 반도체 칩, 광섬유 케이블, 자이로스코프 등 드론 제작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러시아와 이란에 대량 공급하고 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부품들은 수백 개 컨테이너 단위로 수출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업체들이 미국·유럽 제재를 피하기 위해 품목명을 허위 기재했지만 최근에는 아예 이를 숨기려 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드론 시대, 핵무기보다 추적 어려운 공급망
냉전 시절 미국의 비확산 전략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처럼 고가·고난도 부품 중심 무기 체계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드론은 대부분 범용 상용 부품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글로벌 무역망 속에서 추적이 훨씬 어렵다.
특히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유럽산 부품의 우회 유통 허브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중국 자체 생산 비중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직 미국 재무부 관계자들은 “중국 내 소규모 공장들은 서방 제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중국 자체 생산 부품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홍콩 유령회사 활용한 우회 거래 확산
미국 재무부 조사에 따르면 이란과 러시아로 향한 미국·유럽산 부품 대부분은 중국 본토나 홍콩 소재 유통업체를 경유했다.
특히 홍콩 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가 거래 핵심 통로로 활용됐다. 이러한 회사들은 최종 목적지를 숨기는 데 효과적이며 설립도 쉽다.
미국은 2024년 이란 드론·미사일 프로그램 핵심 공급책으로 지목된 하메드 데흐간(Hamed Dehghan) 관련 홍콩 네트워크를 제재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새로운 홍콩 기반 우회망이 다시 등장했다.
전직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관계자 미아드 말레키는 “중국은 이러한 흐름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며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거나 개입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중국 “법과 국제의무 따라 통제 중”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군민겸용 물품 수출을 자국 법률과 국제 의무에 따라 일관되게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은 실제 현장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부품 차단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최근에는 이란 원유 구매자와 운송망 제재를 통해 자금줄 자체를 차단하는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뱀의 머리를 자르는 방식으로 장기적 타격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산 부품 의존도 급격히 상승
최근 러시아와 이란 드론 프로그램은 미국·유럽산 대신 중국산 부품 사용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영국 무기추적기관 CAR(Conflict Armament Research)은 샤헤드형 드론에서 중국 제조 부품 사용 증가가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회수한 러시아 FPV(1인칭 시점) 드론에서도 중국산 부품이 대거 발견됐다.
특히 러시아가 광섬유 케이블 기반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전파 방해를 무력화한 이후 중국산 광섬유 수출은 급증했다.
2025년 4월 우크라이나의 사란스크 공격으로 러시아 주요 광섬유 생산시설이 타격받은 뒤에는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
▲ 리튬배터리 수출도 급증
중국의 대러시아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 역시 급증했다. 러시아군이 배터리 기반 쿼드콥터 생산을 확대하면서 관련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지프 웹스터 연구원은 “군사용이 아니라는 설명은 사실상 설득력이 없다”며 “매우 노골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역시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직후 배터리 및 광섬유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이란 민병대는 광섬유 조종 드론을 활용해 미군 블랙호크 헬기와 방공 레이더를 공격하기도 했다.
▲ 중국 중소기업들이 전쟁 특수 노려
현재 거래 상당수는 전쟁 수요 증가를 기회로 보는 중국 중소기업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달러 결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미국 금융 제재 영향도 제한적이다.
빅토리 테크놀로지의 경우 미국이 중동 군사력 증강을 시작한 시점인 올해 1월 말 웹사이트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웹사이트 주소는 샤먼 웨이퉈 커리(Xiamen Weituo Keli)라는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연결된다. 이 회사는 차·담배 생산부터 주방용품, 산업디자인까지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해당 회사는 샤먼공과대학 교수이자 1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천수이쉬안(Chen Shuixuan)이 지배하고 있다.
▲ “품질보다 물량” 드론 전쟁의 현실
미국은 중국발 공급망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러시아와 이란의 조달 비용을 높이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직 OFAC 관계자 케리 비트소프는 “러시아산 샤헤드 드론 일부가 공중에서 추락하는 사례는 이러한 교란 전략이 일정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 드론 전쟁에서는 품질보다 물량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소프는 “2시간 비행 가능한 드론 100대와 20시간 비행 가능한 드론 50대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비용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저가 대량생산형 드론 시대가 기존 첨단무기 중심 군사 전략을 바꾸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공급망 통제와 제재 정책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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