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국 소비자물가 3.8% 급등…휘발유·중동 리스크

장선희 기자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는 전달 기록했던 3.3%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노동부가 발표한 이번 수치는 월가 예상치였던 3.7%도 넘어섰다.

특히 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 역시 전년 대비 2.8% 상승하며 전월(2.6%) 및 시장 예상치(2.7%)를 상회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의 기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주시하는 근원 물가까지 반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 에너지 가격 쇼크와 관세의 누적 효과

이번 물가 폭등의 주범은 에너지였다. 전년 대비 에너지 가격은 18% 급등했으며, 그중 가솔린은 28%, 연료유는 54%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4월 한 달간의 물가 상승분 중 40% 이상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기인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의 원인을 복합적으로 진단했다.

1년 전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정책의 여파가 여전히 상품 가격에 녹아 있는 상태에서,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공급망 쇼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조셉 브루스웰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하며, 올해 말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4%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소멸과 정책 기조 변화

4월 물가 보고서는 시장이 기대했던 2026년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희박하게 만들었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은 고용 시장 둔화를 막기 위한 금리 인하 시점이었으나, 고용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제 초점은 다시 인플레이션 억제로 옮겨갔다.

현재 연준 내부의 논의는 금리 인하 시점이 아닌,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제 시사할 것인지로 급격히 선회했다.

특히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연준의 수장을 맡게 될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에게는 이번 물가 지표가 매우 까다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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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제공]

▲ 가계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자 심리 위축

물가 상승 폭이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4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202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물가가 임금 성장세를 추월한 사례다.

이로 인해 소비자 심리지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생활 필수 요소인 주유소 가격 상승과 커피(19% 상승), 신선 채소(12% 상승) 등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중산층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토마토 가격은 기상 악화와 관세 영향이 겹치며 전년 대비 40% 폭등했다.

▲ 서비스 물가 상승과 데이터 왜곡의 정상화

상품 부문의 가격 압력은 상대적으로 완만했으나, 에너지와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강세를 보였다.

치과 진료부터 반려동물 미용에 이르는 서비스 가격의 상승은 관세 영향과는 무관한 기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시사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해 온 비둘기파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한편, 이번 물가 급등에는 지난해 가을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적 왜곡이 정상화된 영향도 포함됐다.

당시 임대료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0%로 기재했던 수치들이 계산에서 제외되면서, 그간 과소평가되었던 주거비용이 이번 보고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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