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3 지방선거 격전지 단일화 협상 표류, 17일 투표용지 인쇄 전 '골든타임' 무산 위기

김영 기자
6·3 지방선거 격전지 단일화 협상 표류, 17일 투표용지 인쇄 전 '골든타임' 무산 위기
©연합뉴스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울산시장 등 주요 격전지 후보들이 단일화에 선을 그으며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투표용지에 '사퇴' 문구가 인쇄되는 17일이 사실상의 1차 마지노선으로 꼽히지만, 후보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논의는 공전하는 양상이다. 각 진영은 지지율 추이에 따른 막판 변수를 기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후보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격전지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투표용지 인쇄 전 후보 사퇴가 이뤄져야 무효표를 방지하고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선거 공학적 정설이다. 그러나 현재 평택과 부산, 울산 등 주요 승부처에서는 후보들의 완주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17일을 단일화의 성패를 가를 1차 데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 일정은 단일화의 실질적인 효과를 결정짓는 기술적 분수령이 된다. 본투표 용지 인쇄일 하루 전인 17일까지 사퇴가 확정되어야만 기표란에 '사퇴' 표시가 명기되어 유권자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사전투표 하루 전인 28일까지가 차선책이 되지만, 본투표 당일에는 투표소 안내문 게시만으로 사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는 결국 사퇴한 후보에게 기표하는 무효표 발생 가능성을 높여 단일화의 파괴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진보와 보수 양측 모두에서 뚜렷한 단일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5자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는 범야권 공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결합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김용남 후보는 "지금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독자 완주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국 후보 역시 평택 시민의 직접적인 요구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인위적인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수 진영의 상황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이며 유의동 후보와 황교안 후보 간의 결합은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겠다는 전략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중도층 이탈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근거한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외치는 진보 연대 또한 거대 야당들의 외면 속에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 속에서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여권 성향의 두 후보가 엇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어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박민식 후보는 단일화 불가론을 고수하며 당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정면 돌파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당에서 제명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후보는 민심의 바람을 강조하며 기성 정치권의 단일화 문법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 북갑의 보수 분열상이 단순한 산술적 결합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지점에 와 있다고 분석한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는 단일화해도 효과가 2가 안 된다"며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에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역시 후보들의 강경한 태도와 여론조사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단일화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는 결국 보수 표심의 분산으로 이어져 민주당 후보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를 둘러싼 야권의 단일화 협상도 룰 세팅 과정에서 발생한 정당 간의 이해충돌로 인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 김상욱, 혁신당 황명필, 진보당 김종훈 후보는 단일화의 당위성에는 합의했으나 경선 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거대 정당에 유리한 100% 여론조사 방식을 요구하는 반면, 진보당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공정한 게임의 법칙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은 후보 개인의 의지를 존중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시당 차원의 소통을 독려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보수 진영의 울산시장 선거 판세 역시 단일화 논의가 중단되며 시계제로의 상태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맹우 후보는 김두겸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공천 과정에서 쌓인 앙금과 지역 내 정치적 주도권 다툼이 단일화라는 대의명분을 압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측의 협상 결렬은 울산 지역 보수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혼란을 야기하며 선거 결과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의 단일화 여부는 후보들의 정략적 판단과 지지율의 미세한 변화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후보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중앙당의 직접 개입보다는 현장의 결단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보 등록이 마감되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적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후보들의 선택이 6·3 선거의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실패는 단순히 후보 한 명의 사퇴 여부를 넘어 해당 지역구의 선거 지형 자체를 뒤흔드는 파괴력을 지닌다. 유권자들은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각 정당의 협상 능력과 정치적 책임감을 투표의 잣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17일 이후에 이뤄지는 지각 단일화는 사표 발생이라는 민주주의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각 후보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완주를 택할지, 아니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릴지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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