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년 연속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선대의 '인재 제일' 경영 철학을 직접 챙겼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조수미 소프라노를 포함한 6명의 수상자에게 총 18억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삼성 경영진이 총출동한 이번 행사는 기초과학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업적을 기리는 자리로 꾸며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6년 6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6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이번 시상식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인재 양성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정례 행사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부터 매년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인재를 중시하는 그룹의 핵심 가치를 재확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수상의 영예는 과학, 공학, 의학, 예술, 사회봉사 등 5개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6명의 한국계 인사들에게 돌아갔다.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은 오성진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화학·생명과학 부문은 윤태식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교수가 각각 수상했다. 공학상은 김범만 포스텍 명예교수, 의학상은 에바 호프만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예술상은 조수미 소프라노, 사회봉사상은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이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메달을 비롯하여 각 3억 원씩 총 18억 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삼성호암상은 1990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부친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한 이후 올해까지 총 188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금까지 지급된 누적 상금 규모만 총 379억 원에 달하며 국내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자는 이재용 회장의 제안은 시상 체계의 변화로 이어졌다. 기존 1명에게 시상하던 과학상은 지난 2021년부터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의 2개 부문으로 세분화되어 운영 중이다. 이는 순수 과학 연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여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다지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시상식 현장에는 삼성전자의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하여 인재 경영에 대한 그룹 차원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을 비롯해 최윤호 사업지원실 전략팀장 등이 이 회장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행사 시작 전 도착하여 수상자 및 가족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대거 참석하여 기술 및 예술 분야의 혁신가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영진의 대규모 참석은 호암상이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삼성의 미래 전략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용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도 호암재단에 꾸준히 기부금을 출연하며 재단의 공익적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 4억 원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10억 원을 기부하는 등 사재를 출연해 사회공헌의 기반을 넓혔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호암재단에 37억 9천만 원을 출연하며 전년 대비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등 기업 차원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시상식이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민간 기업이 수십 년간 기초 학문과 예술 분야에 막대한 보상을 지속해 온 점이 한국 과학 기술 발전에 실질적 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석학들을 발굴하여 국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순기능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창의적 지혜와 학문적 열정으로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한 수상자들의 업적을 높이 기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투철한 봉사 정신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써온 이들의 뜻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호암상이 지향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와 사회적 기여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호암상은 인간 정신의 본질적 가치인 이성과 실천, 아름다움을 함께 기리는 상"이라고 정의했다. 유 총장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진리를 탐구하는 지성과 존엄을 실천하는 노력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호암상이 국내 학술 및 예술계에서 갖는 위상을 대변한다.
호암재단은 이번 시상식의 성과를 청소년들과 공유하기 위해 다음 달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특별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강연회에는 노벨상 수상자와 호암상 수상자들이 강연자로 나서 청소년들에게 과학 연구의 여정과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 꿈을 심어주고 국가적 인적 자산을 육성하려는 삼성의 장기적 사회공헌 전략의 일환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행사장 입구에서 특별한 언급 없이 시상식장으로 향하며 침묵 속에서도 강한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5년 연속 이어진 그의 참석은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뉴 삼성'의 기틀을 인재와 기술에서 찾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재계는 향후 삼성이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삼성호암상은 한국계 인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는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시상할 방침이다. 상금의 규모와 시상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세계적인 권위를 갖춘 상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이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가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려는 삼성의 핵심 가치와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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