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동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며 주행하던 사설 구급차가 SUV와 충돌해 이송 중이던 90대 환자가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를 낸 구급차 운전자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 특례 적용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와 이송의 시급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긴급자동차의 면책권이 운행의 목적과 상황에 따라 엄격히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설 구급차 전도 사고는 생명 구조를 위한 긴급 주행과 도로 안전 질서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 55분경 사이렌을 울리며 교차로에 진입한 사설 구급차의 측면을 정상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구급차는 도로 위에서 옆으로 넘어졌으며, 차량 내부에서 이송 중이던 90대 여성 환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당시 구급차에는 사망한 A씨 외에도 보호자와 구급대원 등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A씨의 보호자와 구급차 탑승 대원 2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구급차 운전자와 상대 SUV 차량에 타고 있던 인원 3명 등 총 4명 역시 사고 직후 가벼운 통증을 호소하며 현장에서 수습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구급차는 인천 소재의 한 병원을 출발해 서구에 위치한 요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의 핵심 쟁점은 사설 구급차가 신호를 위반해야 할 만큼의 절박한 '긴급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자동차가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운행 중일 때 신호 위반이나 속도 제한을 위반할 수 있는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례는 무조건적인 면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여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임을 전제로 한다. 경찰은 요양원으로 향하던 이번 이송 건이 과연 법이 정한 긴급한 상황에 부합하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디지털 운행 기록계 등을 확보해 당시 구급차의 주행 속도와 신호 위반 경위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렸다는 사실만으로는 모든 과실이 면제되지 않기에, 운전자의 주의 의무 태만 여부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경찰은 의료 기록 등을 토대로 이송 당시 환자의 생명이 위독했는지, 아니면 일반적인 전원이나 이송 과정이었는지를 확인한 뒤 운전자의 입건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설 구급차의 경우 공공 구급차에 비해 긴급성 판단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긴급자동차라 하더라도 교차로 진입 시 사고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제언했다. 이는 긴급자동차의 특례 조항이 교통법규 위반을 정당화하는 '무적권'이 아니라,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한적 허용임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반면 사설 구급차 운행 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현장 대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요양원 이송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고령이나 지병 상태에 따라 신속한 이동이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법적 면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수치와 의료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 집행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기계적 중립의 관점에서 볼 때, 운전자의 절박함과 도로 위의 안전 확보라는 두 가치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치열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경찰 수사는 블랙박스 분석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고 당시의 물리적 충돌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만약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구급차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사설 구급차 운영 주체들에게 긴급 주행의 법적 요건과 안전 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찰은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리 검토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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