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7년 만의 최고 환율에 투기세력 편승"... 정부, 불법 외환거래와 전면전 선포

윤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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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외환 당국이 투기적 수요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쏠림 현상을 차단하고, 범정부 합동 대응반을 가동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거래를 엄정히 처벌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시장의 일방향 쏠림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정부는 최근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해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적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고강도 점검과 엄정한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해 자금 및 외환시장을 규율하는 4개 기관장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해 최근의 환율 급등세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현재 외환시장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원/달러 환율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노출하고 있다. 당국은 특히 역외에서 이뤄지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쏠림 현상이 국내 외환시장의 가격 결정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역외 시장의 움직임이 국내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외환 당국은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수요나 시장 교란 의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검사 역량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특히 시장 기능을 인위적으로 마비시키거나 가격 발견 과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에 대해 집중적인 감시를 수행한다. 고객에게 불리한 가격 변동을 유도하기 위해 특정 시점에 주문 규모를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일방향 거래 등이 주요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 거래인 DF(Deliverable Forward)로 흡수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안도 마련한다. 관계 당국은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밀 분석하여 NDF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거래의 양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는 역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투기적 압력이 국내 시장으로 전이되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구조적 대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재경부, 국가정보원, 국세청, 관세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6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불법외환거래 대응반'을 즉각 가동하기로 했다. 대응반은 환율 상승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불법 행위인 수출입 기업들의 대금 결제 시점 조작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수령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이른바 '리드앤래그(Lead&Lag)' 행태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판단이다.

일요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소집된 이번 긴급 회의는 해외 시장의 환율 상승이 국내 시장의 시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뉴욕이나 런던 시장에서 형성된 높은 환율 레벨이 서울 외환시장의 개장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기적 수요가 실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관계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응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환율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분명히 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와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산 비중 조정과 차익 실현 등 정상적인 수급 요인도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당국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숨어든 일부 투기적 거래가 시장의 쏠림 현상을 비정상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수급은 존중하되,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인위적인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나친 환율 변동성 확대는 우리 경제의 안정적 운영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 현상은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어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과 미국 물가 동향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24시간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별 시장 안정화 조치를 차질 없이 시행하며 외환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을 예정이다. 투기 세력에 의한 시장 왜곡이 지속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장 안정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방침이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수출입 기업과 가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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