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2030 주도권 잡은 ‘잠실 개표소 시위’, 강경 보수 색채 지우고 참정권 투쟁으로 선회

이겨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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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20·30대 청년층의 대거 유입으로 인해 기존 보수 집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다. 시위 참여 인원 중 청년층 비중이 절반에 달하면서 성조기 배제와 평화 시위 기조가 확산되는 등 시위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다. 이들은 강경 보수의 부정선거 프레임 대신 선관위의 행정 실책과 참정권 훼손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시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시작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지방선거 나흘째를 맞아 청년 세대가 주축이 된 자율적 참여형 집회로 탈바꿈하다. 사태 초반 이른바 '광화문 아스팔트 보수' 세력이 주도하던 부정선거론은 힘을 잃고, 대신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20·30대의 목소리가 시위 현장의 중심을 차지하다. 시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참가자들은 특정 정치 세력과의 결탁을 경계하며 참정권 수호라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와 경찰 비공식 추산에 따르면 시위가 벌어지는 올림픽공원 일대 인구 구성은 청년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7일 오후 4시 기준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모인 1만 3,300여 명 중 20대와 30대가 각각 24.7퍼센트와 25퍼센트를 기록하며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다. 이는 조직 동원형 집회가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든 게릴라식 참여가 주를 이룬 결과로 분석되다.

현장에서는 기존 보수 집회의 상징과도 같던 성조기가 자취를 감추고 태극기 중심의 시위 문화가 정착되다. 20·30대 참가자들은 성조기가 극우 단체의 상징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자발적인 '성조기 자제령'을 공유하며 집회의 확장성을 도모하다. 이들은 피켓을 통해 다른 나라의 국기를 흔드는 행위가 언론과 대중에게 오해를 살 소지가 있음을 강조하며 오직 재선거와 참정권 침해 문제만을 외칠 것을 호소하다.

집회의 운영 방식 또한 기성세대의 방식에서 벗어나 정보기술과 공유 경제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다. 대형 무대나 인쇄된 피켓 대신 손으로 직접 쓴 피켓이 등장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페 선결제나 간식차 지원, 보조배터리 기부와 같은 자발적 후원 문화가 확산되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주최자 없이도 시위가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며 집회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하다.

경찰을 대하는 태도 역시 적대적 대립에서 평화적 기조로 급격히 선회하며 법치 질서 내에서의 저항을 강조하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경찰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시비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불필요한 공권력 투입의 빌미를 차단하다. 이는 시위의 순수성을 지키고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되며 과거의 과격 시위 양상과는 궤를 달리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시위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사회적 설득력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 참가자들이 정파적 주장이나 정치적 구호를 배격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다"라고 평가하다. 구 교수는 이어 "운동의 순수성과 정당성을 유지하면서 좌우 진영을 넘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극우 세력과는 거리를 둘 수 있느냐가 운동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하다.

다만 시위의 성격 변화를 둘러싸고 기존 강경 보수 세력과의 내부 갈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성조기를 든 일부 고령층 참가자들은 청년층의 자제 요구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시위 주도권을 둘러싼 세대 간의 마찰을 빚기도 하다. 명확한 지휘 체계가 없는 자발적 집회의 특성상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점을 가진 참가자들을 하나의 질서 아래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은 시위의 불안 요소로 지적되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경찰을 향한 인신공격이나 비하 발언이 터져 나오는 점도 시위의 평화적 기조를 위협하다. 특정 경찰관을 중국 경찰로 매도하거나 무차별적인 관등성명 요구를 하는 행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공권력 경시 논란이 재점화되다. 이에 대응하여 피해 경찰관 가족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시위 현장 이외의 법적 분쟁으로까지 사태가 번지는 양상이다.

향후 시위의 향방은 선관위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재선거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청년층이 주도하는 참정권 수호 운동이 단순한 일회성 집회를 넘어 선거 행정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치와 시장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적 가치 아래 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잠실 일대를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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