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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환율의 습격에 10년 배송업체도 '자금난'… 직구 시장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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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는 초고환율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한때 한국 소비문화의 한 축이었던 해외 직접구매 시장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배송대행업체가 자금난으로 배송을 중단하며 700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영세 업체의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직구 성장률은 전년 대비 1.2%로 급락하며 사실상 정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초고환율 시대가 도래하며 해외 직접구매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환율 급등은 직구의 최대 장점인 가격 메리트를 소멸시켰으며, 이는 곧바로 수요 위축과 전문 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직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소재의 대형 배송대행업체인 투패스츠의 운영 중단 사태는 현재 직구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 업체는 검수 절차를 생략하고 배송비를 낮춘 이른바 '깡통배송' 서비스를 통해 인지도를 쌓아온 곳이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국내 배송이 중단되고 고객센터가 침묵을 지키면서 소비자들의 피해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인 피해자 수만 700여 명에 달하며, 이들 중 일부는 경찰에 정식 신고를 접수한 상태다.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출고 신고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폭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응답자 347명 중 10명은 피해 금액이 1,000만 원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고액 피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30대 소비자는 240달러 상당의 운동화를 주문하고 배송비까지 결제했으나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피해 사례는 특정 업체에 국한되지 않고 W사, N사 등 다른 배송대행업체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직구 업계의 부실은 고환율과 고유가가 맞물린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선 것과 동시에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치인 33단계까지 치솟으며 물류 비용 부담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자금난에 봉착한 업체들이 화물을 볼모로 잡고 출고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투패스츠 측은 뒤늦게 홈페이지를 통해 심각한 자금 문제로 정상 출고가 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순차적인 출고 작업을 약속했으나 시장의 신뢰는 이미 추락했다.

통계 지표 역시 직구 시장의 급격한 냉각기를 증명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 9,7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2%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까지 9%대를 유지하던 성장세가 4분기 1.6%로 꺾인 데 이어 사실상 성장이 멈춘 셈이다. 한국은행 발표에서도 1분기 직구 규모는 13억 5,000만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13.1% 감소하며 시장 위축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과거 2010년대 초반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을 타고 중산층의 합리적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았던 직구의 위상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환율이 1,000원대 초중반이던 시절에는 다이슨 청소기나 대형 TV 등을 국내 반값에 구매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동일 성분의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산 비염약을 주기적으로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가격 급등을 이유로 국내 대체재를 찾는 등 소비 패턴의 변화가 뚜렷하다.

시장 지형의 변화 역시 전통적인 배송대행업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미국과 유럽 중심의 직구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직구액 중 중국 비중은 1조 2,276억 원으로 전체의 60%를 넘어섰다. 이는 영세한 배송대행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던 서구권 직구 수요가 급감했음을 의미하며, 업계의 도미노 폐업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시장의 과잉 공급이 해소되는 구조조정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분별하게 난립했던 영세 배송대행사들이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퇴출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업체가 아무런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법치와 공정 거래 관점에서 중대한 결함으로 지적된다. 영세 사업자들의 경우 피해배상 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구매대행 및 배송대행 플랫폼 거래가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교수는 "영세 사업자가 피해배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므로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배송대행업체의 재무 건전성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향후 직구 시장은 고환율이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자리 잡으며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미국산 소비재 직구는 쇠퇴하고, 자본력을 갖춘 대형 플랫폼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로서는 배송대행업체 선택 시 파산 리스크를 염두에 두어야 하며, 정부는 제2의 투패스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배송대행업의 등록 요건 강화나 소비자 피해보상 기금 마련 등의 대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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