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에서 엔비디아(NVIDIA)는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GPU를 단 한 개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텐서웨이브(TensorWave)가 최근 신규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15억5000만달러(약 2조 3600억원)를 인정받으며 AI 인프라 시장의 새로운 도전자로 떠올랐다.
엔비디아 중심으로 형성된 AI 생태계에 균열을 내겠다는 전략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 엔비디아 제품 전면 배제 선언
텐서웨이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AI 클라우드 기업이다.
28세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대릭 호튼은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시장을 지나치게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해 자사 서비스에서 엔비디아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엔비디아가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할 경우 경쟁이 약화되고 고객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튼 CEO는 "독점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AMD와 손잡고 몸값 4배 뛰어
텐서웨이브는 엔비디아 대신 AMD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만 사용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AMD와 헤지펀드 마그네타 캐피털(Magnetar Capital)이 주도한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3억5000만달러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는 15억5000만달러로 평가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텐서웨이브는 약 4억달러 가치로 1억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1년 만에 기업가치가 약 4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이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엔비디아 대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MD(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AI 인프라 시장, '탈 엔비디아' 움직임 확산
최근 AI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GPU 공급 부족과 높은 비용 문제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세레브라스(Cerebras)는 초대형 웨이퍼 기반 AI 칩을 개발해 시장에 진출했고, 매제스틱랩스AI(Majestic Labs AI)는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한 AI 프로세서를 선보이고 있다.
또 데카르트(Decart)는 서로 다른 AI 컴퓨팅 플랫폼 간 전환을 쉽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AI 붐과 함께 급성장
텐서웨이브는 2023년 설립 당시만 해도 소규모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생성형 AI 열풍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GPU 부족 현상과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전력 공급난, 메모리 반도체 부족 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대체 인프라 사업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마그네타 캐피털 공동창업자인 로스 레이저는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데이터센터 확장 본격화
현재 텐서웨이브는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미국 내 3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 중인 GPU는 약 1만 개 규모이며, 전력 기준으로는 14메가와트(MW)의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비교하면 아직 작은 규모다.
그러나 회사는 현재 총 5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대부분은 건설 중이다.
향후 1년 안에 이를 2기가와트(GW)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현재 규모의 100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은 전력
AI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이제 반도체보다 전력 확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 능력이 곧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텐서웨이브 역시 신규 투자금을 활용해 발전기, 냉각장치, 변압기, 전력 공급 장비 등 핵심 인프라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호튼 CEO는 "데이터센터만 확보할 수 있다면 즉시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AI 컴퓨팅 자원이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AMD 생태계 성장 가능성 주목
텐서웨이브는 지난 1년 동안 AMD와 협력하며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ROCm 개선 작업에도 참여해 왔다.
ROCm은 엔비디아의 CUDA에 비해 사용이 어렵고 오류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성능과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호튼 CEO는 "현재는 거의 플러그 앤 플레이 수준까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추론(Inference) 시장에서 AMD GPU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