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며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섰다.
광고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인공지능(AI) 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메타의 구독 모델 확대가 단순한 신규 사업이 아니라 AI 경쟁 시대에 드러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미 경쟁사들이 클라우드,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수익 기반을 확보한 반면 메타는 여전히 광고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광고 의존도 97%…AI 시대 더 커진 부담
메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수익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메타 전체 매출의 97.6%는 광고 사업에서 발생했다. 이는 창립 이후 사실상 광고 외 사업 다각화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같은 광고 기반 기업으로 출발한 구글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유튜브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했다.
반면 메타는 메타버스, 화상회의 기기, 스마트글래스 등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광고를 대체할 만한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구조적 약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 AI 투자 확대에 재무 부담 가중
현재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예정된 자본지출 규모는 시가총액이나 매출 대비 기준으로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메타가 경쟁사들처럼 AI 기술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사업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를 오피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고,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와 AWS에 활용할 수 있다. 구글 역시 검색과 클라우드 사업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메타는 광고 외에 AI 기술을 직접 수익화할 수 있는 핵심 사업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 저커버그의 해법은 '구독 경제'
이에 따라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구독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메타는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에서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유료 구독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AI 챗봇 서비스에도 월 구독 모델을 시험 적용하고 있다.
또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고객 응대, 예약 관리, 판매 지원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이는 광고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AI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메타[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장밋빛 전망에도 시장은 신중
일부 투자기관들은 메타의 구독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루이스트 증권은 2030년까지 구독 서비스가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고수익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내년에만 최대 156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지난해 메타의 비광고 매출이 5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낙관적인 수치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실제 이용자들이 유료 서비스를 적극 선택할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 인스타그램 구독 서비스의 한계
현재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월 4달러 정도를 내면 추가 개인화 기능과 콘텐츠 시청자 분석 기능, 특수 반응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왓츠앱도 유사한 형태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인플루언서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일정 부분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노출 확대와 피드 관리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층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이용자 기반에서 인플루언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제한적이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전업 인플루언서 수는 약 1,1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설령 이들이 모두 월 4달러 상품에 가입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매출 규모는 약 5억5천만 달러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 시장을 고려하더라도 메타의 수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 AI 챗봇 시장에서도 후발주자
메타는 일부 국가에서 월 7.99달러의 AI 챗봇 구독 서비스도 테스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미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니,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월 5달러 수준의 요금으로 더 높은 사용 한도와 400GB 클라우드 저장공간, 지메일 AI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메타가 보유한 방대한 사용자 기반은 강점이지만, 경쟁 서비스보다 명확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메타가 최첨단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난관을 겪은 점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 기업용 AI 시장 공략도 쉽지 않아
메타는 기업 고객을 위한 AI 에이전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미 약 100만 개 기업이 자사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향후에는 이를 구독 모델로 전환해 수익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용 AI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강력한 지배력을 구축한 분야다.
더욱이 메타는 광고 사업을 제외하면 기업 고객을 핵심 고객층으로 삼아본 경험이 많지 않다. 실제로 올해 초 기업용 VR 헤드셋 사업을 중단하는 등 기업 시장 전략이 수차례 변경된 전례도 있다.
▲ 광고 AI는 성공했지만 미래는 불확실
아이러니하게도 메타는 AI를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AI 기반 광고 추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광고 효율을 크게 개선했고, 이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은 약 6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필요한 투자 규모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광고 사업만으로는 미래 AI 투자 비용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 AI 시대 메타의 최대 과제는 수익 다변화
결국 메타의 구독 서비스 확대는 단순한 신규 사업이 아니라 AI 시대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고 사업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단일 수익원에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구독 서비스와 AI 사업이 실제로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시장에서는 메타의 전략이 너무 늦었거나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