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억 원의 국민 의료비가 이름뿐인 '유령 유통사'를 통해 병원의 쌈짓돈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2026년 5월 말부터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하며 고질적인 병원과 간접납품업체(간납업체) 간의 검은 공생에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국민 의료비 블랙홀로 지목된 간납업체는 본래 의료기기 유통 효율화를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병원은 간납업체를 '쌈짓돈 창구'로 변질시켜 유통 비용을 착취하고 불법 리베이트를 통해 의료비 상승을 유발했다. 특히 병원장의 가족 소유 간납업체에 '셀프 납품'하는 등 특수 관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가 만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6년 5월 말부터 '의약품·의료기기 판매 질서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병원에 독점 공급하는 간납업체의 운영 실태를 정밀 점검 중이다. 이는 '셀프 납품'과 불법 리베이트로 국민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는 검은 공생의 고리를 끊으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2025년 12월 말 의료기기법이 개정돼 2027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병원장·의료법인과 특수관계(2촌 이내 친족, 50% 이상 지분 등) 간납업체 간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간납업체의 편법 운영을 막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법 시행 전부터 병원 측의 '꼼수' 우려도 제기된다. 병원장이 지분을 49.9%로 낮추거나 3촌 이상 친족 등 대리인을 내세워 특수 관계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돈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추적할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간납업체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을지재단 산하 '토탈메디칼'이 지목됐다. 토탈메디칼은 2003년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과 홍성희 을지대 총장 부부가 설립한 업체다.
2022년 을지학원의 수익사업체인 이유인베스트가 토탈메디칼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토탈메디칼은 을지학원의 손자회사 격이 됐다. 이 과정에 최헌호 을지학원 이사 등 재단 관계자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토탈메디칼의 총 매출 720억 8,654만 원 중 99.6%에 달하는 약 718억 원이 의정부·대전·노원 을지대병원 등 을지재단 산하 병원에서 발생했다. 이는 사실상 '셀프 납품' 구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2025년 당기순이익이 29억 3,655만 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토탈메디칼은 이유인베스트에 31억 20만 원을 배당했다. 이는 배당성향 105.6%에 달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상식적으로 볼 때 정상적인 거래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실태조사와 법 개정은 왜곡된 의료기기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병원 측의 '꼼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실제 '돈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추가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속적인 감시와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