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합수본 선관위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투표수 전산조작' 정황 포착

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율 집계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정식 수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산상 수치를 임의로 조정한 정황이 포착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관리 부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순 실수나 직무 태만을 넘어 전산 기록을 의도적으로 손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수사의 성격도 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 합수본, 선관위 압수수색…전산 기록 위작 혐의 적용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3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합수본은 압수수색 영장에 공전자기록위작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선관위 내부에서 단순 입력 오류를 바로잡는 수준을 넘어 전산 기록 자체를 사실과 다르게 변경했을 가능성을 수사기관이 의심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 정식 수정 대신 다른 투표소로 숫자 분산 의혹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당일 전국 투표소의 투표자 수를 1시간 단위로 집계해 투표율을 공개해왔다.

일선 투표소의 투표관리관이 투표자 수를 보고하면 읍·면·동 선관위가 이를 시스템에 입력했고, 구·시·군과 시도 선관위, 중앙선관위가 단계적으로 현황을 확인하는 구조였다.

특정 투표소의 투표자 수가 잘못 입력됐을 경우 수정 지시와 재승인을 거쳐 수치를 바로잡아야 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은 보고와 승인 절차를 생략한 채 잘못 입력된 숫자를 다른 지역 투표소에 나눠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 시간 지나면 오차 줄어들 것 기대한 ‘임시방편’ 방식

수사기관은 선관위 실무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투표자 수가 늘어나면 잘못된 수치와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숫자를 임의 조정한 것으로 의심했다.

예를 들어 한 투표소의 투표자 100명을 1천명으로 잘못 입력했을 경우 초과 입력된 900명을 다른 투표소 9곳에 100명씩 분산한 뒤, 이후 실제 투표자가 증가할 때마다 오차를 줄이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조정은 오류를 공식적으로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수치를 다른 수치로 덮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통계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표지 합수본, '투표 통계 조작' 포착해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투표지 합수본, '투표 통계 조작' 포착해 중앙선관위 압수수색(Photo : [연합뉴스 제공])

▲ 내부 메신저 대화도 확보…조직적 공모 여부 수사

선관위 직원들이 내부 메신저를 통해 오입력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치를 맞추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정황도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이러한 대화가 개별 직원의 일탈이었는지, 여러 직원이 사전에 협의한 조직적 행위였는지를 확인할 방침이었다.

특히 관리자급 직원이 수치 조정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또는 비공식적인 수정 관행이 조직 내부에서 반복됐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 관리 부실 사건에서 고의적 조작 의혹으로 확대

그동안 6·3 지방선거 논란은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원인이 선관위 직원들의 관리 부실이나 직무 태만에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초에는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되거나, 과실에 그쳤다면 내부 징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투표율 통계를 의도적으로 조정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안은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닌 전산 기록 위작과 공무집행 방해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 실무자 접근 가능한 시스템…통제 장치 부실 드러나

이번 의혹은 실무자급 직원이 선거 통계 시스템에 어느 정도까지 접근할 수 있었는지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했다.

정상적인 승인 절차 없이 투표자 수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조정할 수 있었다면 시스템의 권한 관리와 사후 검증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됐다.

투표율 통계뿐 아니라 투표소별 집계 자료와 선거 관련 다른 전산 정보도 유사한 방식으로 수정될 수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투표용지 수요 예측과 선거 전략에 영향 가능성

시간대별 투표율이 실제 현황과 달랐다면 투표용지 수요 예측에도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선관위가 실시간 투표자 수를 토대로 지역별 투표용지 소진 상황을 판단했다면 조정된 통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실시간 투표율은 각 정당과 후보가 지지층의 투표 참여 수준을 판단하고 추가 투표 독려 전략을 세우는 자료로도 활용됐다. 부정확한 통계가 공개됐다면 선거운동과 유권자의 투표 행태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 선거 결과 조작과는 구분 필요…수사로 실체 규명해야

다만 현재 제기된 의혹은 시간대별 투표율 집계 과정의 전산 조정 문제로, 개표 결과나 최종 득표수 자체가 조작됐다는 주장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임의 조정된 수치의 범위와 목적, 최종 투표자 수 및 개표 결과에 미친 영향, 관련 직원들의 고의성 여부였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선거 결과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수사기관과 선관위가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과거 선거까지 수사 확대 가능성

합수본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전산 기록과 내부 메신저, 업무 지침 등을 토대로 수치 조정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반복됐는지 조사할 계획이었다.

또한 과거 선거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전산 수정 사례가 있었는지, 오류 발생 시 공식 절차 대신 비공식 조정을 선택하는 관행이 존재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됐다.

수사 결과 조직적 조작이나 관리자 묵인이 확인된다면 관련자 처벌을 넘어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과 선거 관리 절차 전반에 대한 개편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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