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애플 vs 마이크론, ‘중국 메모리칩’ 갈등 격화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용을 추진하며 비용 절감을 모색하는 가운데,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비자 물가 안정과 반도체 자국 생산 확대라는 두 핵심 정책 목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애플, 중국 메모리칩 사용 승인 요청

24일(현지 시각)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경영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과 만나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메모리칩을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애플 제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애플은 이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칩 공급 부족을 완화하고 제품 생산 비용을 낮춰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마이크론 "미국 반도체 산업 붕괴 우려"

하지만 미국 유일의 대형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강하게 반발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러트닉 장관 등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미국 IT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도록 허용할 경우, 판매 지역과 관계없이 미국 메모리 산업이 철강 및 제조업처럼 중국에 의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
애플(Photo : [AP/연합뉴스 제공])

▲ 중국 업체 제재 속 애플의 전략 변화

애플을 비롯한 주요 메모리칩 구매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중국 업체들을 사실상 배제해왔다.

CXMT 등은 미국 국방부로부터 중국 군 관련 기업으로 지정됐으며, YMTC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도 포함돼 있다.

▲ 트럼프의 정책 목표 충돌

이번 로비전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으로는 소비자 가격을 낮춰야 하는 과제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해야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규제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며, 애플과 마이크론 모두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높이 평가해왔다.

백악관의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국민을 위한 투자와 경제적 부담 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마이크론 "국내 생산 확대가 해법"

마이크론은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산 제품 도입이 아니라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더욱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 상승은 메모리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며 다양한 비용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임기 종료 전까지 미국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마이클 크라치오스 국장은 의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내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며, 엔티티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과 거래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AI 시대가 불러온 새로운 갈등

이번 논란은 중국 기술을 둘러싼 미국 정부 내부의 오랜 논쟁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최근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일부 미국 기업들은 저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 창업자와 투자자들은 낮은 비용이 오히려 혁신을 촉진한다고 맞서고 있다.

애플은 세계 최대 메모리칩 구매 기업 가운데 하나로, 수년간 마이크론과 경쟁 업체들을 상대로 부품 가격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반대로 메모리 업체들은 대규모 생산 설비를 유지하기 위해 애플의 막대한 주문량에 의존해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협상은 매우 치열하게 진행됐으며 감정의 골도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흐로트라 CEO는 과거 샌디스크를 이끌 당시에도 애플과의 관계를 꺼렸으며, 이러한 갈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
마이크론[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AI 수요 급증으로 협상력 역전

그러나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시장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대형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높은 가격에도 막대한 물량의 메모리칩을 구매하면서 애플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약화됐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약 4배 상승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주가 역시 크게 상승했다.

▲ 애플 "가격 폭리" 주장

애플은 현재 80%를 넘는 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이 가격 폭리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마이크론이 공급 확대를 위한 투자를 충분히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 확보되는 생산 능력도 대부분 AI 고객에게 우선 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기와 자동차 업계 등 다양한 산업도 메모리 공급 부족 해결을 위해 정부의 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마이크론 "2500억 달러 투자 계획"

마이크론은 다양한 산업에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총 2,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최첨단 메모리와 저장장치의 전략적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경기 침체기 동안 애플 등 주요 고객들이 공급업체에 지나친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이 현재 공급 부족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반박했다.

중국산 메모리칩 가격 역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와 두 기업의 긴밀한 관계

애플과 마이크론은 모두 워싱턴 정가에서 강력한 로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국 내 투자 확대와 반도체 생산 증대 정책과 관련해 팀 쿡 CEO와 메흐로트라 CEO 모두와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CEO 모두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공개 행사에 참석했으며, 올해 초에는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다.

양사는 백악관 신축 연회장 건립에도 재정 지원을 제공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팀 쿡 CEO는 지난해 관세 면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금 받침대가 달린 기념패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마이크론은 직원 신생아와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신생아를 위한 이른바 '트럼프 저축계좌' 프로그램에 연방정부 지원금과 동일한 규모인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메모리 공급업체와 협력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2022년에는 YMTC와 함께 애플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 검증을 완료했지만,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정치권 반발에 직면했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마코 루비오는 "애플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YMTC를 엔티티 리스트에 추가했다.

현재 국무장관이 된 마코 루비오와 국무부도 이번 논의에 일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협상의 실질적인 주도권은 러트닉 상무장관과 베선트 재무장관이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사회

글로벌

정치/사회

기업/산업

경제

국내 증시

부동산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