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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美대사 "한미동맹 다음 장 열어야"…투자·안보·통상 이견 조율이 관건

"새로운 장" 연 한미동맹…성과 중심 전환 강조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와 산업, 공급망, 지역 안보까지 포괄하는 성과 중심의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 핵심이었다.

[연합뉴스제공]
[연합뉴스제공]

스틸 대사는 31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으로 지속되고, 양국 국민의 필요를 계속해서 충족시켜 나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과 함께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당시 합의한 동맹 비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보 넘어 경제·산업까지…동맹 현대화 본격화

스틸 대사가 강조한 동맹 현대화는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핵심 산업을 재건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략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경제·안보 복합동맹으로 한미관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경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관세와 안보 분야 협상을 타결했고, 같은 해 11월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의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미국의 관세 인하, 한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 주도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는 한미동맹의 무게중심이 기존의 군사적 방위체계에서 경제안보와 산업 경쟁력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자국 내 제조업과 핵심 산업 재건으로 연결하려는 반면, 한국은 이를 통상·안보 협력의 안정적 기반으로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차이 넘어 상호이익"…동맹 내부 이견도 인정

스틸 대사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면서도 양국 사이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많은 공동의 우선순위 과제에서 훌륭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또 다른 과제들 역시 더 많은 관심과 솔직한 대화, 그리고 양측이 차이를 넘어 상호 이익을 위한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현안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대미 투자 이행과 디지털 규제 문제, 방위비 및 역외 안보 역할 확대 등이 양국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꼽혔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약속을 신속하게 실행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대응과 디지털 규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방위 역할 확대 요구…전작권·대중 견제도 변수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목표 시기를 비롯해 한국의 방위 역할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대표적인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은 한반도 방위뿐 아니라 대중국 견제와 호르무즈 해협 등 역외 안보 현안에서도 한국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방위 역량 강화와 국익에 직접 연결되는 안보 현안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어 미국의 요구와 어느 수준까지 보조를 맞출지가 중요한 외교·안보 과제가 됐다.

결국 한미동맹의 '다음 장'은 선언만으로 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미 투자와 통상 문제에서는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고, 안보 분야에서는 역할 분담과 전략적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정교한 협상이 필요했다.

한국계 미국인 대사의 귀환…동맹 상징성도 부각

스틸 대사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한국계 미국인 가정이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유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 작은 의류점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세무 당국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자신을 공직의 길로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사회에서 성장한 자신의 이력이 양국을 잇는 외교적 가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셈이었다.

스틸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표해 내가 태어난 나라로 돌아와 미국 국민을 위해 일하는 책임을 맡게 된 것을 깊이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겸허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의 취임 메시지는 한미동맹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줬다.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안보 기여 확대와 한국이 중시하는 경제적 실익·주권적 판단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됐다.

한미동맹은 1953년 출범 이후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질서를 지탱하는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양국이 말하는 '다음 장'의 성패는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갈등과 이견을 얼마나 실질적인 협상과 상호이익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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