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의석 앞세운 법안 처리…‘협치’ 대신 속도전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나서면서 국회가 또다시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수사·기소 분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의힘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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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안의 내용뿐 아니라 처리 과정이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고 24시간이 지난 뒤 범여권 주도로 토론을 종결한 뒤 표결에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의회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기본 원칙이지만 다수 의석이 곧 무제한적인 입법 권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이라면 여야 간 충분한 토론과 전문가 의견 수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검찰 권한 폐지하면서 야당 반론은 차단…‘견제 없는 개혁’ 우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직접 수사 권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만큼 그에 따른 수사 공백과 경찰 수사의 통제 문제에 대한 검증도 충분히 이뤄져야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법안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면서 ‘개혁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개혁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권력을 분산한다는 명분으로 한쪽 기관의 권한을 급격하게 축소하면서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장치를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 패스트트랙 330일→90일…‘입법 독주’ 제도화 우려
민주당이 이어서 추진한 국회법 개정안은 더욱 논란의 소지가 컸다.
패스트트랙 안건의 심사기간을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까지 충분한 심사와 토론 없이 처리될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법안을 신속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에서 심사기간까지 대폭 단축되면 소수당의 견제 기능이 더욱 약화될 수 있었다.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과 함께 소수 의견을 보호해야 하는 기관이었다. 다수당이 의석수를 근거로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 반복된다면 국회는 토론과 조정의 공간이 아니라 다수당의 의결기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제도 자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결과적으로 다수당의 입법 속도만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입법 독주를 제도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검찰개혁’ 명분만으로 밀어붙여선 안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해소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합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과제였다.
하지만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해서 절차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형사사법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었다. 제도 변경 이후 수사기관 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거나 범죄 대응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진정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려 했다면 야당의 반대 의견을 단순히 ‘개혁 저항’으로 치부하기보다 수사 공백과 인권 보호, 경찰 권한에 대한 통제 방안 등을 놓고 충분한 토론을 거쳤어야 했다.
▲ 7월 국회 끝나도 ‘입법 독주’ 논란은 8월로
7월 임시국회가 이날 자정 종료되면서 패스트트랙 심사기간 단축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자동으로 끝날 전망이었다. 그러나 법안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시 표결에 부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의힘 역시 필리버스터를 예고하면서 여야 충돌은 계속될 가능성이 컸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여야 간 정쟁에 있지 않았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의석수를 이용해 반대 의견을 얼마나 수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수결의 원칙이 소수 의견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한 문제였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국민적 동의를 확보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힘으로 밀어붙이는 입법이 반복될수록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대편이 똑같은 방식으로 법안을 뒤집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절차와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했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야당의 견제와 숙의 절차를 최소화한다면, 개혁의 성과보다 ‘거대 의석을 이용한 입법 독주’라는 정치적 후폭풍이 더 크게 남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