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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통보했다는데 韓은 몰랐다…한미 군사공조 ‘보고 누락’

연합훈련 중 ‘아군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했다

한미 해병대가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던 중 미 해병대 무인기가 휴전선 인근을 비행했고, 이를 한국군 전방부대가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칫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전력을 한국군이 실제 적으로 판단해 공격하는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군은 대공포 등 방공전력을 실제로 발포하지 않았고, 추적·감시를 통해 해당 무인기가 미 해병대 소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무인기를 잘못 식별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미군이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밝혔는데도 이를 현장 전방부대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군 내부의 보고 및 정보전파 과정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합뉴스제공]
[연합뉴스제공]

▲ ‘통보했다’는 미군과 ‘몰랐다’는 한국군

문제의 무인기는 경기 파주 휴전선 인근 스토리 사격장 주변에서 발견됐다. 군사분계선에서 약 3.7㎞ 떨어진 최전방 지역으로, 당시 한미 해병대는 이곳에서 KMEP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훈련은 81㎜ 박격포 연습탄을 발사하고 무인기를 활용해 표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운용 자체가 훈련의 일부였던 만큼 한국군과의 사전 협조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전방부대가 이를 적성 무인기로 오인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 있었다.

미군 측은 무인기 비행계획을 포함한 연합훈련 계획을 한국군에 사전에 알렸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군은 해당 무인기의 비행계획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어느 단계에서 정보가 끊겼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 1군단에서 상급부대까지 보고가 끊겼나

접경지역에서 미군이 무인기를 운용하려면 한국군 관할부대에 비행계획을 통보하고, 관할부대가 비행고도 등에 따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나 공군작전사령부에 전달해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주 지역에서는 육군 1군단이 미군과 상급부대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담당했다. 미군은 1군단에 무인기 비행계획을 통보했지만, 해당 내용이 지작사나 공작사까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작사는 사건 당일까지 미군 무인기의 비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휴전선 인근에서 무인기가 발견되자 북한의 무인기 침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두루미’ 태세까지 발령했다.

현재로서는 1군단 실무자가 미군의 통보를 받은 뒤 상급부대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현장 착오를 넘어 군의 보고체계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사안이 됐다.

▲ ‘보고 누락’만으로 끝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특정 실무자의 보고 누락으로만 규정하고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군이 어떤 방식으로 비행계획을 전달했는지, 한국군 내부에서 해당 정보를 접수·전파하는 절차가 명확했는지, 최종 승인이 내려지기 전에 무인기가 실제 비행한 경위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접경지역은 작은 정보 오류 하나가 즉각적인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는 곳이다.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비해 실전적인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연합훈련에 참가한 아군 항공전력조차 식별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연합작전 자체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각각 필요한 절차를 이행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현장 부대가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면 시스템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통보와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부대까지 전달됐느냐는 점이었다.

▲ 반복되는 한미 소통 문제, 구조적 점검 필요

이번 사건은 올해 2월 발생한 주한미군 전투기의 서해 훈련 당시 한미 간 소통 논란과도 맞닿아 있었다. 당시 주한미군 F-16 전투기들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훈련을 진행했고 중국군 전투기까지 출격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한국군은 주한미군이 구체적인 훈련계획을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고, 우리 군 수뇌부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직접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반면 당시 주한미군은 훈련계획을 한국군에 사전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이번에도 미군은 사전 통보를 주장했고 한국군 현장부대는 이를 몰랐다는 점에서 유사한 양상이 반복됐다. 이는 양국이 서로 통보했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연합방위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한미 연합방위체계, ‘통보’ 아닌 ‘공유’가 핵심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1군단을 방문해 당시 상황과 한미 간 소통 및 절차 전반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역시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한국군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됐다. 통보 방식부터 접수·보고·승인·전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점검하고, 어느 한 단계에서 정보가 누락되더라도 현장 부대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한반도는 언제든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고도의 긴장지역이다. 특히 휴전선 인근에서 아군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하고 격추 준비까지 했다는 사실은 한미 연합방위체계의 정보공유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실전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군 당국은 ‘통보했다’와 ‘몰랐다’는 책임 공방에서 벗어나 정보가 실제 작전부대까지 정확하게 전달되는지를 중심으로 지휘·보고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했다. 같은 유형의 소통 오류가 반복된다면 한미동맹의 신뢰와 연합작전 수행능력에도 불필요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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