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기술탈취 막으라니…K-디스커버리, 대기업 방패 전락 논란

2026년 1월 도입된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K-디스커버리)'가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의 희망이 아닌 가해 대기업의 방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 쟁점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신설된 '변호사 비밀유지권' 조항이다.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K-디스커버리 제도는,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가해 대기업의 증거 은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생협력법 제40조의7에 따르면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 내용뿐 아니라 변호사가 소송 준비를 위해 작성한 자료까지 전문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대기업이 이 조항을 악용해 핵심 증거 제출을 거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재단법인 경청은 「기술탈취 방지법이 오히려 핵심 증거 은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약자 보호법이라면 비밀유지권 광범위 보장보다 예외 규정이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비밀유지권 조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탈취 막으라니…K-디스커버리, 대기업 방패 전락 논란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과거 입법 과정의 허점이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변호사법 개정 논의 당시 법무부는 미국의 '업무성과물 원칙'을 참고해 '필요성의 예외'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특정 자료가 비밀유지권의 대상이라 하더라도 진실 발견과 정의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경우 예외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예외 조항은 변호사법 제26조의2에 포함되지 않았고, 결국 상생협력법은 이러한 예외 없이 비밀유지권을 원용하게 됐다. 이는 미국이 '필요성의 예외'로 진실 발견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그 길을 막아두었다는 점에서 대비를 이룬다.

절차적 공백 문제도 심각하다. 당사자가 비밀유지권을 주장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부재하다. 또한, 피해 기업의 신청이 있어야만 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또 다른 '허들'로 작용하며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K-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의 실질적 증거 확보를 돕고 정의를 실현하려면, 상생협력법의 변호사 비밀유지권 조항에 대한 명확한 예외 규정 도입 및 절차적 공백 해소가 시급하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당국은 피해 기업의 실질적 구제를 위한 법적 보완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사회

정치/사회

경제

국내 증시

부동산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