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680명이 7천299명으로…투표 종료 뒤 숫자 차이
6·3 지방선거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자 수와 선거 당일 현장에서 집계된 투표자 수 사이에 수백 명 단위의 차이가 발생한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투표가 종료된 오후 6시 기준 현장 집계와 이후 공개된 개표 기준 수치가 크게 달라지면서 단순한 시간대별 집계 오차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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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경우 선거 당일 오후 6시까지 현장에서 집계된 투표자 수는 7천680명이었다. 하지만 선관위가 이후 공개한 개표 단위별 결과에서는 선거일 투표자 수가 7천299명으로 나타났다. 두 수치 사이에는 381명의 차이가 발생했다.
성북구 삼선동에서도 현장 집계는 7천454명이었지만 개표 결과에서는 7천270명으로 집계돼 184명이 줄었다. 반대로 광진구 구의제1동은 현장 집계 7천603명보다 개표 기준 투표자 수가 7천780명으로 177명 많았다.
중랑구 묵제1동과 강남구 개포2동에서도 개표 기준 투표자 수가 현장 집계보다 각각 157명, 147명 많게 나타났다. 단순히 최종 수치가 일괄적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늘어난 점도 의혹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 서울 337곳에서 차이…‘잠정 통계’ 해명만으로 충분한가
선거 당일 현장 집계와 개표 기준 투표자 수가 달랐던 곳은 서울 427개 행정동 가운데 337곳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8.9%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물론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투표 진행 과정에서 입력·집계되는 잠정 통계라는 점에서 일정한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선관위 역시 특정 투표소의 시간대별 투표자 수에 입력 착오가 발생할 수 있으며, 최종 투표자 수는 개표 완료 이후 확정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오차의 존재 자체보다 투표가 종료된 시점의 수치와 최종 확정 수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다. 오후 6시까지 실제 현장에서 취합한 숫자마저 이후 개표 결과와 수백 명씩 달라졌다면, 어떤 절차를 통해 숫자가 변경됐는지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관위가 말하는 ‘잠정 통계’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국민이 실제 투표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수치라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 오입력 수정인가, 투표 종료 뒤 임의 변경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숫자 오류가 있었느냐가 아니다. 오류가 발생했다면 누가, 언제, 어떤 권한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수정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현재 제기된 의혹은 특정 투표소에서 직원의 입력 실수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오류를 다른 시간대나 다른 지역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수치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실제로 사용됐다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정상적인 정정 절차였는지, 아니면 오류를 감추기 위한 사후적인 숫자 맞추기였는지를 따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투표가 모두 끝난 이후에도 수치가 변경됐는지 여부다. 투표 종료 이후 현장 최종 집계와 개표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한 사례가 실제로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가 확인돼야 의혹의 실체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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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수본 수사, ‘수정 과정’ 규명이 관건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투표 통계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 관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투표 종료 이후 투표자 수가 수정됐는지와 수정 절차가 적법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관위 직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실제 통계 입력과 수정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서도 송파구 선관위 사무국장과 강남구 선관위 선거 1계장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 선거 통계는 ‘잠정치’여도 신뢰는 잠정일 수 없다
선거 당일 투표자 수가 잠정 통계라는 선관위의 설명 자체가 곧바로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현장 집계와 전산 입력 과정에서는 일정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통계는 일반 행정통계와 성격이 다르다. 유권자가 투표율을 확인하고 후보들이 선거 막판 전략을 조정하는 데 활용하는 핵심 정보이며,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직결된다.
따라서 수백 명 단위의 차이가 확인됐다면 단순히 ‘잠정 통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기보다 최초 입력값과 수정값, 수정 시각, 수정 주체, 수정 사유, 승인 절차를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검증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특정 숫자가 맞느냐 틀리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난 뒤 통계가 변경됐다면 그 변경이 정상적인 행정 절차였는지, 아니면 부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밝혀야 한다.
만약 수사 결과 투표 종료 이후 투표자 수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조작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선거 통계의 정확성뿐 아니라 선거관리 시스템 전체의 투명성과 무결성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정상적인 수정 절차와 명확한 기록이 확인된다면 현재 제기된 의혹 역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결국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해명이나 주장보다 원자료와 수정 이력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독립적인 검증이다.
선관위와 수사기관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입력 오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에서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기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