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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일본식 불황 답습 우려…추경 가능성 시사

[재경일보 하석수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식 불황을 답습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최경환 후보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민생 분야를 중심으로 내수를 살리는 과감한 정책 대응을 예고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도 열어뒀다.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할 만큼 경기에 대한 인식은 심각했으며 부동산 규제는 완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경제 혁신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 "저성장·저물가·과도 경상수지 문제"

최 후보자는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 한국경제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률이 축소 지향적 균형을 향하고 있다"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비판했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1% 초반대에 머물렀으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 기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2.9%에 그쳤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800억 달러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우리 경제가 수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지표는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많은 국민이 회복의 기운을 체감하지 못한 채 피로감이 누적되고 경제활동 의지는 날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최 후보자는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민생 분야를 중심으로 내수를 살리고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겠다고 했다. 서민 생활 안정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조성에 힘쓰겠다고 했다.

중단없는 규제개혁으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업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

최 후보자는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심각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최 후보자는 하반기 경제 상황에 대해 "경제 회복세가 아주 미약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겹친 데다 세계 경제 리스크도 커졌다"면서 "당초 우리(정부)가 전망했던 것보다는 좀 더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최 후보자의 이런 발언은 올해 연간 성장률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3.9%를 제시한 바 있다.

4월과 5월 중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 1.0%씩 감소했다. 두 달 연속 감소함으로써 1분기보다 되레 후퇴한 것이다.

수출 부진과 조업 일수 부족으로 생산이 감소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여파로 4월중 가라앉았던 서비스업과 소비는 5월에도 제대로 된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세입 부족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도 드러냈다.

최 후보자는 세입 목표 달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소간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수 펑크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 진도율은 34.4%로 8조5천억원의 세수 펑크가 난 작년 같은 기간(35.0%)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 추경 가능성 시사…"열흘 내 대책 발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경제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며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한층 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는 사실상 추경 가능성을 열어놓은 답변으로 풀이된다. 추경을 편성할만큼 경기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는 "지금이 경기 침체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현 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훨씬 더 조심스러운 견해를 표명했다.

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최근 경기 상황과 향후 전망이 어렵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재정을 좀 더 확장적으로 운영해야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세수 목표치 달성에 대해 "다소간의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세입 여건의 어려움을 공식 인정했다.

청문회 모두발언에서도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최 후보자가 취임 후 어려운 경기상황과 세수 부족을 해결하는 데 가장 확실한 열쇠가 될 수도 있는 추경을 꺼내들 개연성이 커진 셈이다.

물론 그는 "경제 정책수단이 추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정책적 조합을 가질 수 있고, 재정에서도 추경 이외 다른 수단을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우선적으로 감안하겠다"라면서 추경이 최우선 순위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추경 편성은) 여러 재원 사정이나 법적 요건, 내년 예산과의 연계를 감안해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국가재정법의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돼있다.

현 경제 상황이 추경을 편성할 만한 요건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기재부 예산실이 내년 예산안 편성 작업에 주력하고 있어 추경 예산안을 짜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제약이다.

지난해 국가채무가 482조6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3%에 달할 정도로 녹록지 않은 국가 재정 상태도 추경 편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다만, 최 후보자는 추경 편성 문제에 대해 "후보자로서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나름대로 복안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 후보자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의 '첫 작품'에 추경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LTV·DTI 규제 완화…증세 부정적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금융을 통한 기존 부동산 규제에 대해선 개혁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금 LTV나 DTI 규제가 업권별로 차등을 두다 보니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15%포인트가량 더 대출받을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이는 가계대출이 비은행권 중심으로 늘어나게 만들어 이자 부담을 늘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합리화해 실수요자가 은행권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금리 조건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확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수도권의 LTV 비율을 높이거나 청년층에 대한 DTI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LTV 규제는 서울 50%, 지방 60%다. DTI는 서울 60%, 경기.인천 70%, 지방은 제한이 없다.

증세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최 후보자는 "비과세·감면을 줄여 세액 기반을 늘리고 세출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직접적인 증세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이나 부가가치세 인상 계획은 없다"고 확인했다.

양극화 이슈에 대해선 "심각성을 알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결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