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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혁신안, 그가 이 시점에 '부패 척결'을 말하는 이유는?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그가 부패 척결을 말하는 이유는?

새정치민주연합은 4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키로 했다. 주된 내용은 '부패 척결'이다.

안 전 대표는 당 부정부패 타파를 위해 ▲당 윤리기구 혁신 ▲부패 혐의 기소자에 대한 즉시 당원권 정지 및 공직후보 자격심사 대상 배제 ▲부패 혐의 유죄 확정자에 대한 당원 제명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엄정한 조치 ▲당 차원의 부패척결 의지 표명을 요구했다.

부패는 그동안 한국 정치와 경제 안정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임명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국무총리가 자진 사퇴하는 등, 국정이 매우 불안했다. 새민련 측에서도 한명숙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받으며 더이상 '윤리성'을 무기로 내세우기 힘들어졌다.

국민의 입장에서 정부와 정치인, 기업이 부패를 척결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론 항상 공치사로 끝나던 공약이라 크게 신뢰가 가지 않기도 한다. 당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해도 '부패와의 전쟁'을 강력하게 외치다가 성완종 리스트에 엮이면서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리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부패는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부패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사례

KDI연구소가 발표한 '사회적 청렴과 국가경쟁력 간 연관성 분석 연구'에서 부패가 국가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분식회계, 주가조작, 비자금 조성, 정경유착을 통한 편법 경영 등은 시장참여비용을 높여 기술개발, 설비투자 등의 정상적인 기업활동 위축시키고, 민주적·불투명한 경영, 대내외 견제장치의 부재는 노사갈등 유발 및 반기업적인 정서의 확산을 조장한다.

부패한 정부 역시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여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 추진 등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부패 만연은 정부에 대한 냉소주의,정부정책의 수용성 저하, 행정서비스의 부진 및 행정가격의 상승 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의 일관성·예측 가능성을 훼손되어 정책효율성까지 떨어지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부패는 어느 한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 만연한 현상이다. 특혜 행정비리, 촌지문화의 확산, 교육부패, 병역비리, 법조비리, 의료계 부조리 등 사회 모든 분야로 부패가 확산될 경우, 국가 및 사회운영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유발하 고 법질서를 우회하는 각종 기회주의를 양산하게 된다. 또한 부패에 대한 사회의 자정능력을 약화시켜 부패의 고착화를 초래하고, 근로의욕 저하, 계층간 갈등과 위화감 조성, 찰나주의·퇴폐주의·한탕주의 만연 등 가치기준이 전도될 우려가 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면 집단에 대한 외부의 투자도 줄어든다. 2000년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국가청렴도가 싱가포르 수준에서 말레이시아 수준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직접투자가 10% 감소한다는 분석결과도 제시되었다. 2001년 미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 결과는 부패한 정부가 테러보다 경제환경을 더 위축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부패로 보통 GDP의 3~5% 손실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부터 깨끗해지겠다'.. 의미있는 구호

국민이 생각하는 한국의 부정부패 수준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경제연구소의 부패인식 설문조사 결과, 부정부패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전체의 10%에 불과했으며, 높은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8.5%에 달했다. 또한 현금 10억을 주면 어느 정도 법위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나 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부패수준 변화에 대한 조사에도 "부패가 줄어들 것이다."란 응답이  25.8%, "지금과 비슷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29.2%를 차지하는 등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국민의 부패 극복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은 지난 수십, 수백년 간 한반도의 사회지도층에 있던 사람들이 그리 모범을 보이지 못했고, 수차례의 자정 시도도 번번이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KDI연구원은 부패가 발생하는 원인이 '양측 합의'에 있다고 설명했다. 부패가 어느 한쪽의 이기적 욕심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닌, 제도적 공백과 사회의 용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란 뜻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청렴할 것을 요구하는 부패척결이, 항상 역풍만 맞고 끝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자신들부터 깨끗해지겠다는 새민련의 의지가 기대가 되는 면도 있다. 부디 부패로 인한 비효율이 이 나라에서 사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