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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피엔스', 인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한 사피엔스의 상상력 가득한 자기인식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마크 저커버그 등이 격찬한 초대형 베스트셀러 마침내 한국 출간!
-문명의 배를 타고 진화의 바다를 항해한 인류는 이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김영사
▲김영사

 [책소개]

아마 이정도가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 책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까지, 기나긴 역사의 시간을 한 권으로 써내려간 문명 항해기이다.

신화와 역사, 지식과 상상의 언저리에서 자기 존재를 고민한 한 사피엔스는 과학적이고 탈종교적이라는 방향을 가지고 인류의 대서사시를 기술했다. 저자 유발하라리는 그 자신이 종교의 땅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것때문에 탈종교를 자신의 껍질깨기를 위한 필수과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예수에게 집착한 니체가 떠오를 정도로 유발 하라리도 지나칠 정도로 종교에 대하여 객관적 자세를 취하려 하지만, 종교에 대하여 크게 심취하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깊이 사색했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절대부정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타의 주제들에 대해서도,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의 발달과 문명에 대한 접근이 전체적으로 의도와 방향을 전제하고 상상한다. 그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하여 자신안에 정리가 마무리된 주제여서 그럴 수 있겠지만, 과감하게 상상하고 몇몇 지식을 소개한 후에는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라고 단언하여 기술한다.

유발 하라리의 상상은 대담하고 흥미롭다. 글쓰는 방식도 도발적이고 단호하게 기술하여 현대인의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흥미로운 상상의 이야깃거리들은 결론낼 수 없는 것들임에도 과학적이며,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는 단정적 사실로 바로 진입해들어갔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135억년전 일들을 사실 그대로 알아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바로 어제의 역사도 현장상황과 그 의미와 해석을 사실그대로 기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류 역사의 다양한 현장은 개별적으로 다른데 수만년전일들을 단언적으로 사실전제하는 것은 과감한 상상력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트리는 것같아 아쉽다. 그외의 주제들도 인류의 역사 내내 흥미롭게 이야기될 주제들이지 사실이 이러하다고 단언할 주제는 아니다. 그의 상상은 매우 가치가 있고 흥미롭지만, 같이 탐색해보자고 하기 보다는 몇가지 자신의 탐색과정을 소개하고 사실로 단정지어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다. 과감한 상상과 폭넓은 지적 탐색이 돋보이지만 선언적 사실 전제가 아쉽다. 아마도 유한한 존재인 사피엔스가 무한한 시간을 탐색하면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는 결론을 가지고 자기인식을 할때 부딪히는 한계인 것같다.

책에서는 아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수렵채집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 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하였는가? 인간은 왜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이 책은 멀고먼 인류의 시원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의 역사를 생물학, 경제학, 종교학, 심리학, 철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생생하게 조명한 전인미답의 문제작이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ㆍ인지혁명
ㆍ농업혁명
ㆍ인류의 통합
ㆍ과학혁명

추천평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 교수, 《총, 균, 쇠》 저자)

"수렵채집인이던 인류가 어떻게 오늘날의 사회와 경제를 이루었는지 알려주는 인류 문명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눈부시다.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사피엔스》는 인류 역사에 관한 최고의 책이다. 나는 이보다 더 나은 책을 읽은 적이 없다."
-헨닝 망켈(스웨덴 소설가,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 저자)

출판사 서평

■머나먼 인류의 시원에서 사이보그까지, 한 권으로 읽는 인류의 탄생과 진보 그리고 미래!

작년과 올해 전 세계 출판계와 언론을 들썩이게 한 책이 있다.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는 젊은 이스라엘 학자의 책 한 권이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났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세계뿐 아니라 브라질 등의 남미와 중국과 대만 아시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올해의 책에 선정하거나, 출판상을 수여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북클럽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였고, 재레드 다이아몬드, 데미안 허스트, 헨닝 망켈 등 여러 다양한 분야의 학자와 명사들이 주저 없이 읽기를 권했다. 인류의 기원과 발전, 진화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인류학, 경제학, 생물학, 심리학, 행복에 대한 논고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이야기는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에 바쳐진 찬사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주목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한국나이로 갓 마흔에 접어든 이 젊은 저자는 이미 유튜브, TED, MOOC 등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전 세계 8만 명 이상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zj7Wg4DAbs)
저자가 보여주는, 역사를 읽는 포괄적인 시선과 방대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펼쳐내는 놀라운 문장력, 그 문장력을 압도하는 비상한 이론과 깜짝 놀랄 만한 통찰 그리고 절묘한 재치와 대학교 1학년도 읽을 수 있는 책, 전 세대가 공감하고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을 쓰고 싶었다는 열정까지, 이것들의 훌륭한 조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의 팬으로 만들었고, 《사피엔스》는 이 모든 것을 녹여낸 유발 하라리 사고의 정수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인간은 마침내 신이 될 것인가

《사피엔스》는 약 135억 년 빅뱅으로 물리학과 화학이 생겨나고 약 38억 년 전 자연선택의 지배 아래 생명체가 생겨나 생물학이 생기고,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이 발전하여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개척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 거대한 수만 년의 역사를 관통하여 인간의 진로를 형성한 것으로 세 가지 대혁명을 제시한다. 바로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약 12,000년 전의 농업혁명,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고, 농업혁명은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지만, 인지혁명은 여전히 많은 부분 신비에 싸여 있다. 끝나지 않은 발견과 빈약한 사료들을 근거로 펼쳐내는 상상의 언어들은 놀랍도록 이성적이며 빈틈이 없어 독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저자는 역사 발전 과정의 결정적인 일곱 가지 촉매제로 불, 뒷담화,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을 지목했다. 인지혁명의 시작으로 불을 지배함으로써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선 인간은 언어(뒷담화)를 통해 사회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고, 수렵채집인에 머물던 인간은 농업혁명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를 경험한다. 늘어난 인구를 통제하는 강력한 무기는 종교, 계급, 권력 등 허구의 신화들이다(물론 수렵채집인 사회를 지배한 것도 역시 허구의 신화들이었다). 농업의 발달은 부의 증가와 정착생활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돈을 맹신하게 되었으며, 돈의 맹신은 사회적 모순을 야기한다. 500년 전 과학혁명은 우리에게 이전 시기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어보였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19쪽) 40억 년간 자연선택의 지배를 받아온 인류가 이제 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인간의 지적설계로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피엔스》는 이런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이 있는지, 지금이 전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평원에는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

저자는 이런 장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모순의 순간순간을 통해 역사에 결코 자비가 없음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이 세 혁명을 통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질주해왔지만, 과연 "이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19쪽)라고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최소 여섯 종의 인간 종이 살던 평원이 마치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이후 호모 사피엔스 종이 어떻게 유일한 승자로 지구상에 살아남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사실은 이렇다. 2백 만 년 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 왜 안 그랬겠는가? 오늘날에도 여우, 곰, 돼지 등 수많은 종이 동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몇만 년 전의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26쪽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가 사라진 평원에는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고,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대형 동물군들이 홍수에 쓸려가듯 사라져버렸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강제로 복종한 소, 돼지, 양, 개 등 몇몇 종만이 개체수를 늘릴 수 있었지만, 산업적으로 강제사육 당하는 그들의 삶은 비참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다. 유럽 사람들에게 돈은 죽음도 불사할 만큼 매력적인 것이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신대륙을 찾아 떠난 사람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했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활용해 더 많은 자본을 축적했다. 노예산업에 돈을 투자한 평범한 유럽 사람들은 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단지 무관심하고 무지했을 뿐이다. 이런 자본은 서구 세계의 과학과 문화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고, 이제 인간의 과학은 불사(不死)의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약속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기술 발달도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예견한다. 부자들은 영원히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죽어야 하는 세상. 이런 미래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이다.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우리는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전공학이 천재 생쥐를 만들 수 있다면 천재 인간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일부일처제 밭쥐를 창조할 수 있다면 평생 배우자에게 충실하도록 유전적으로 타고난 인간을 왜 못 만들겠는가?"
-570쪽

■우리는 수렵채집인 선조들보다 더 행복할까

한 권의 책으로 역사의 모든 것을 재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피엔스》에서 한눈에 본 인간의 역사는 매 순간순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각할 거리로 넘쳐난다. 가진 것은 얼마 없었지만 기대는 높았던 옛사람과,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지만 좀처럼 만족할 수 없는 현대인 중 누가 더 행복한지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는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인간이 지금보다 더 강력했던 적은 없지만, 우리가 선조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진일보한 현대 인류는 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이전 시기에는 타인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면 이제 사피엔스는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있다. 권력도 돈도 기술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이것들을 추구한다. 위험한 만큼 매혹적인 기술은 신성모독 그 자체이다. 저자는 "우리는 스스로 신이 되려하는 길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인본주의, 민족주의 등의 의미들은 망상일 뿐이고, 개인의 환상을 집단적 환상에 맞추어 행복을 찾으려 해도 결국 이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라고 우울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행복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행복에 대한 가능성은 더 많이 열려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내일 아침 지구라는 행성이 터져버린다고 해도 우주는 아마도 보통 때와 다름없이 운행될 것이다. 그 시점에서 우리가 아는 바로는 인간의 주관성을 그리워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552~553쪽

■유발 하라리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유발 하라리는 한국에서 출간을 기념하며 특별히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서문을 보내왔다. 서문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한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기술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위다. 행복도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등 저개발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이에 저자는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 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숙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10쪽)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또 남한과 북한의 예를 통해 한 민족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사회 변화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도 보여준다. 한 세기 안에서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었고 폐허 속에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라는 사회가 보여준 사례를 통해, 인류가 멸종할 것인지, 더 나은 진보를 이룩할 것인지,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 인류가 함께 고민하자고 한 번 더 강조한다.

《사피엔스》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유발 하라리의 대담하고 뛰어난 시도이다. 우리가 겪고 있고 만들어야 할 대단한 기술 진보를 위해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인간의 역사를 오늘날 우리가 이해가능한 틀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사회가 지속되는 것은 허구를 이용해서이고, 종교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를 지탱하는 돈과 법과 인권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중 어떤 것도 사람들이 지어내고 전달하는 이야기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가진 사피엔스는 국가에서 기업까지 모든 권력에 충성을 바치게 되었다.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이면 종교 활동을 하는, 오늘날 한국에 사는 사피엔스들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책일 수밖에 없다.

저자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진로는 전면적으로 바뀔 것이다. 생명은 40억년 전 출현하여 자연선택 법칙의 지배를 받아왔다. 바이러스든 공룡이든 모두 자연선택 법칙을 따르면서 진화했다. 아무리 이상하고 특이한 형태라도 생명은 언제나 유기체라는 한계에 묶여 있었다. 선인장이든 고래든 모두가 유기화합물로 만들어졌다.

이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유기체가 아닌 생명을 만들기 시작할지 모른다. 과학은 자연선택으로 빚어진 유기적 생명의 시대를 지적설계에 의해 빚어진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대체하는 중이다. 특히 오늘날의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역사 과정 동안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혁명이 존재했지만 인간 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라시대나 고대 이집트 시대 선조들과 여전히 동일한 몸과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사회와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의해 완전히 바뀔 것이다. 몸과 마음은 21세기 경제의 주요한 생산물이 될 것이다.

심지어 죽음조차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역사 과정을 통틀어 죽음은 언제나 형이상학적 현상으로 인식되었다. 우리가 죽는 것은 신이, 우주가, 대자연이 그렇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혹시라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 재림 같은 모종의 거대한 형이상학적 몸짓뿐이라고 사람들은 믿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는 죽음이 기술적인 문제라고 재정의하였다. 매우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은 모든 기술적 문제에 모종의 기술적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는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예수나 부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사제와 신학자의 전공이었지만 오늘날 이 분야를 공학자들이 넘겨받았고, 실험실의 괴짜 연구자 두 명이 이를 해결해날 수도 있다. 2년 전 구글은 '캘리코'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그 회사의 목표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적 혁신은 거대하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이를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되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이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가장 적당한 시기다.

이와 비교한다면 각국의 정부나 시민들이 걱정하는 여타의 문제들은 아주 사소하다. 물론 글로벌 경제위기, 테러단체 '이슬람 국가IS', 남중국해의 긴장 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 중요성은 '인간강화human enhancement'라는 문제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생명의 미래에 관한 우리의 결정은 지금껏 시장의 맹목적인 힘과 덧없는 유행이 좌우해왔다. 우리는 무모한 소비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 행성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다음 선거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드문 상황에서 말이다.

나는 이 책이 독자 스스로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또한 이 같은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난 해 이 책은 전 세계에서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미국, 중국, 영국, 브라질, 멕시코, 대만을 포함한 20개국 이상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는 이 책이 성공한 이유를 진정한 필요에 답을 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글로벌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책과 학교는 여전히 특정 문화나 국가의 국지적인 역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세상에 독립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행성은 여전히 2백여 개의 각기 다른 국가로 나뉘어 있지만,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전 지구적인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힘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주된 문제들 역시 글로벌한 성격을 띠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급격히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업시장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고 대부분의 인간이 경제적으로 쓸모가 없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이오기술의 혁신 덕분에 인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지고, 가난한 자와 부자 간에 진정한 생물학적 격차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모든 인간이 직시할 필요가 있는 질문이며, 이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나는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를 더욱 압축해서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 세기 안에서 파괴적인 전쟁과 식민지배를 모두 겪었고, 매우 짧은 기간 만에 저개발 전통사회에서 선진경제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 게다가 오늘날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 분야의 혁명을 선도하는 중이다. 덕분에 한국인들은 첨단 기술의 전도유망함과 더불어 위험도 두 배로 많이 느끼고 잇다.

GDP와 생활수준이 극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자살률도 치솟았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은 선진국 중 최고, 세계 전체로 보아도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는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행복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태국 등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보다 뒤처져 있다.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 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945년 한반도 남쪽과 북쪽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은 정확히 똑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남북한의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동일한 민족의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해서 완전히 다른 사회를 건설한 것이다.

2015년, 전 세계 모든 지역 사람들은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단을 가지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우리에게 그것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할지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저자소개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중세 역사와 전쟁 역사로,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역사에 정의는 존재하는지, 역사가 전개됨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행복해졌는지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의 세계사 연구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전 세계 8만 명 이상이 그의 수업을 듣고 있다. 2009년과 2012년에 '인문학 분야 창의성과 독창성에 대한 폴론스키 상Polonsky Prize for Creativity and Originality in the Humanistic Disciplines'을 수상했고, 2012년에 '영 이스라엘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The Young Israeli Academy of Sciences'에 선정되었다.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인 《사피엔스》는 2011년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어 3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했으며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세계 각국 30개 언어로 출간되어 전 세계적인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역자소개

조현욱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5년부터 2009년까지 《중앙일보》 기자로 국제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하였고, 200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로 '조현욱의 과학 산책'을 연재했다. 건강의학포털인 '코메디닷컴'의 편집주간을 거쳐 의료 IT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의 홍보 및 콘텐츠 담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이성적 낙관주의자》 《창조의 엔진》 《메모리 바이블》 《동시성의 과학, 싱크》 《최종 이론은 없다》 《요리 본능》 《의사, 인간을 어루만지다》 《나는 의사다》 등이 있다.

감수소개

이태수
서울대학교와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