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의 '마지막 단추'라 할 수 있는 외부결제 링크 애플리케이션(앱) 퇴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구글은 지난달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외부 결제용 아웃링크를 넣은 앱의 업데이트를 금지한 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 이를 따르지 않는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할 방침이다.
사실상 강제적인 이번 조치에 따라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최대 30%의 수수료를 '통행세'처럼 내야 한다.
국내 주요 웹툰과 웹소설, 음원, OTT(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수수료 부담을 고려해 안드로이드 앱 내 이용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이는 소비자 부담 증가와 창작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웹툰·OTT 플랫폼 앱 이용가격 줄줄이 인상…멜론·지니도 인상 검토
31일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앱 내 웹툰과 웹소설, OTT 등 디지털 콘텐츠 이용 가격이 일제히 15∼20%씩 인상됐다.
네이버웹툰은 30일부터 안드로이드 앱에서 판매하는 '쿠키'(네이버 웹툰·웹소설 결제 수단) 개당 가격을 100원에서 120원으로 20% 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 1일부터 결제 수단인 '캐시' 가격을 1천 캐시당 1천 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지했다.
리디 역시 30일부터 안드로이드 앱에서 '캐시'를 충전할 경우 1천 캐시당 가격을 1천200원으로 올렸다.
웨이브, 티빙 등 OTT도 이미 안드로이드 앱에서 결제하는 구독 요금제 가격을 인상했다.
티빙은 3월 31일부터 월간 이용권 가격을 베이직 7900원에서 9000원, 스탠다드 1만900원에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웨이브는 4월 1일부터 베이직 7900원에서 9000원, 스탠다드 1만900원에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구글이 인앱결제 시 업체들에 연간 매출 100만 달러(약 12억 원)까지는 15%, 매출 100만 달러 초과분에는 30%의 수수료율을 매기기로 하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이 음원 앱에 매기는 인앱결제 수수료는 15% 안팎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관계자는 "우리도 조만간 구글 인앱결제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인상 폭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음원 사이트는 게임과 달리 앱 외에 PC 버전도 서비스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도입으로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앱 대신 구글과 무관한 PC 버전에서 결제한다면 이전 가격을 적용받을 수 있다. 같은 서비스를 두고서도 결제처에 따라 가격이 이원화되는 셈이다.
다른 음원 사이트들도 이미 가격을 올렸거나, 이를 염두에 두고 상황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플로는 '무제한 듣기' 상품의 경우 '플로 결제'(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저장된 결제 수단이 아닌 이용자가 선택한 것으로 하는 결제)는 7천900원을 받지만, 구글 플레이에서는 9천원을 받고 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가격 인상을 신중히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 플랫폼 업체, 소비자에 비용 전가…"방통위, 소극적 역할"
플랫폼과 소비자, 창작자가 구글 수수료 인상의 짐을 나눠서 져야 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업체들이 15∼20%씩 가격을 올리면서 상당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안드로이드 앱으로 웹툰과 OTT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듣던 이용자는 며칠 사이에 디지털 콘텐츠 이용료가 한꺼번에 오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추후 결제를 꺼릴 경우 플랫폼 매출과 창작자 수입 감소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안드로이드 앱 대신 PC와 모바일 웹을 통해 결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번에 안드로이드 앱 내 이용가격을 인상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들이 PC와 모바일 웹에서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이벤트 등을 통해 앱 외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PC와 모바일 웹에서 구매할 경우 최대 40% 할인되는 '베이직 연간이용권'을 내놨다.
네이버웹툰은 다음달 26일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쿠키를 충전하면 총 100만명을 추첨해 쿠키 10개를 추가 지급하는 '10억원의 쿠키 부메랑'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앱 이용자가 PC·모바일 웹 결제와 자동충전을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한편,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 강행이 예상된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웹툰협회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서 발효된 법안을 비웃고 꼼수로 대응하는 구글의 횡포도 기가 차지만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다고는 하나, 업계 규범 타령만 늘어놓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방통위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구글의 외부결제 아웃링크 금지 방침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실태점검을 진행 중이며, 위법 사실을 확인할 경우 사실조사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