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경제 및 에너지 안보라는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가운데,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새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컨퍼런스센터 대강당에서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 공개토론회'를 주최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의 비전과 주요 내용에 대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그룹의 다각적인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발제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환정책과 김진 과장은 "국제 사회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 문제와 공급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기존의 원자력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새정부 국정과제(5.3발표)의 방향은 △에너지안보 확립과 에너지 신산업·시장 창출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 △과학적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을 통한 녹색경제 전환이라고 밝혔다.
새정부 에너지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새정부 국정과제의 방향을 근간으로 최근 국제정세 등 정책 환경변화를 고려하며, 관련 업계·전문가·이해관계자의 의견·제안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이르면 내달 초에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발제 이후에는 좌장을 맡은 에너지전환포럼 홍종호 공동대표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로는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유진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SK E&S 등 대학·연구기관·기업이 참여했다.
◆ "전문적·독립적 에너지 시장 규제기관 설립 시급"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김영산 교수는 "장기적 계획과 꾸준한 실행이 필수적인 전원구성 이슈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체적인 방향이 바뀌는 것은 비효율과 낭비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시된 국정과제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도매시장에서의 구매독점 구조 개편과 에너지시장 규제 위원회의 물리적·제도적 여건 개선 등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개혁과 전문적·독립적 규제기관 설립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김영산 교수는 "비화석연료 중심 전원구성을 운영하기 위해 계통운영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통운영 자원이란 재생에너지 전원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에 소요되는 투자재원과 운영비용이 막대할 것이기 때문에, 자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수립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김진수 교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양대 가치의 동시 실현을 위한 정책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안정적 정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거버넌스 정립 △진단·평가체계 수립 △기술·설비의 공급사슬 강화 및 국내 산업 육성 △투자 재원 마련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 확대 △국제협력 강화 등 7가지를 제시했다.
◆ "에너지믹스 재점검 필요…기업의 자발적 참여 이끌어내야"
에너지경제연구원 심성희 선임연구위원은 감축목표 이행의 실현가능성에 결정적인 요소로 '전기화'와 '수용성'을 꼽으며 "수용성, 계통 안정성 및 비용효과성을 고려한 에너지믹스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 기반 수요 효율화를 제시하면서 △에너지 수요관리 우선의 원칙 수립 △최종소비자에 적절한 가격신호를 제공하는 가격 기능 정상화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 △데이터 및 분석에 근거한 에너지 수요관리·효율향상 정책 수립을 제안했다.
SK E&S 차태병 본부장은 새정부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합리적 조화'를 강조한 에너지믹스에 대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정책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보급과 신산업 창출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양수, ESS, 수소 등 저장장치와의 결합 필요 △풍력에 대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저장장치 산업 발굴 및 육성 △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 정책 방향성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수요 측면에서 "인위적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 정책이라 할 수 있는 RPS(의무할당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실제 전력 수요자인 기업과 가정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수석연구위원은 EU의 'REPowerEU' 계획을 소개하며, EU가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에너지 자립 정책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가속화를 목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RE100 가입 열풍 및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의 환경변화로 인해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새정부의 원전 우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하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원전의 탄소감축 리스크가 상존하므로,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