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경기도 기흥과 화성 반도체 사업장부터 챙겼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이자 한국 경제의 성장판인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점검하며 본격적으로 '뉴삼성' 경영에 시동을 걸고,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를 기공식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 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기공식에서 '반도체 산업은 시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말은 되새기며,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당부했다.
그는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면서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기공식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DS부문장, 정은승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기흥캠퍼스는 1983년 전 세계에서 3번째 64K D램 개발을 시작으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태동시킨 곳이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들어설 R&D 단지는 약 10만9천㎡(3만3천여평) 규모로 건설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D 단지는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수십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R&D 단지를 짓는 것은 '기술에서 위기 극복의 답을 찾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와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핵심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반도체 연구소를 찾았을 때는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지난 30년간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여왔지만, 반도체 기술이 나노 단위로 초미세화되며 물리적 한계에 도달해 발전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또한 경쟁사의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연구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첨단 설비가 갖춰진 연구개발 전용 라인이 완성되면 다양한 테스트가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어 차세대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반도체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복권 후 반도체 사업장부터 찾은 것은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한편 반도체를 통해 한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해달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12일 복권 이후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