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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론스타 판결 앞두고 만난 前 외환은행 차장과 금감원 팀장

김준환 외환은행되찾기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前 외환은행 차장·경동대 교수)
문종진 연세대 교수(前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 상시감시팀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식보고 받고 재수사해야"
"국회, 특검으로 론스타 사건 조속 규명해야"
"김진표 국회의장과 추경호 부총리, 고해성사하고 입장 밝혀야"

대한민국 정부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6조원 규모 국제소송 판결이 31일 나왔습니다.

2012년 론스타 측이 정부를 상대로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를 제기한 지 약 10년 만인데요. 론스타의 주장이 대부분 기각되기는 했지만 정부는 론스타에 4000억원 가까운 배상금과 이자를 국민 세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그간 가라앉아 있던 론스타 관련 의혹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경일보는 소송 판결을 앞둔 30일 저녁 경기도 군포시 PBS 라디오 방송국에서 김준환 전 경동대 교수와 문종진 연세대 교수를 만나, 2003년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당시 은행 및 금융당국의 상황을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김 교수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취득 때부터 현재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 의혹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문 교수는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학자의 양심으로 함께했습니다. <편집자 주>

◆ 2003년 당시 외환은행과 금감원의 내부 상황, 분위기는 좀 어떠했는가

김준환 교수는 IMF 이후 외환은행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재무구조나 영업 실적이 탄탄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혹독한 구조조정 이후 지점이 축소됐지만 영업이 확장되면서 재무구조가 상당히 호전되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외환은행 경영 상태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 했었다는 문종진 교수의 입장은 달랐는데요.

당시 정부는 내수 촉진을 위해 국민들의 카드 사용을 독려했는데, 이로 인해 카드사의 부실화가 심해졌습니다. 외환은행의 경우 외환카드 부실화 속도가 빨랐고, 그해 연말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것으로 분석했었다고 문 교수는 밝혔습니다.

그는 외환은행에 우수한 인력이 모여 있음에도 부실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당국이 깜짝 놀랐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한 그 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관심을 갖고 일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제 2의 IMF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다른 곳에 매각이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궁금하다

김준환 교수는 외환은행이 구조조정을 많이 해서 8000명 중 상당수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고, 지점 수는 금융 당국의 관리 하에 240개로 한정됐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영 정상화 이후 사세 확장을 위해 외자 유치가 필요해졌는데, 이에 대해 그는 경영적인 판단이었겠지만 대주주가 되는 지분 51%를 론스타에 넘기는 부분은 전혀 생각 못했고 얘기가 된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어느 특정 시점에서의 경영 악화로 인해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것은 결이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외환은행에 외부 자본 충원이 필요한 시점이었는지가 쟁점이 되는 것 같은데, 그보다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할 자격이 있었는지가 관건인 듯 하다

당시 론스타는 자산규모 63조원 가량의 외환은행을 1조4000억원으로 인수했고, 정부의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었는데요. 이에 국회 재경위원회는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9개월 동안 수사를 별여 2006년 12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김 교수는 수사 자료를 열람한 결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론스타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라고 하는 문건을 봤다고 했습니다.

산업자본은 국내 은산(銀産)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 지분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법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종진 교수, 김준환 교수
▲ (왼쪽부터) 문종진 연세대 교수(前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 상시감시팀장), 김준환 외환은행되찾기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前 외환은행 차장·경동대 교수). 사진=지속가능산업TV 갈무리.

◆ 그렇다면 애초에 금융 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것인데, 당국은 산업자본 여부를 몰랐던 것인가

이와 관련, 문종진 교수는 론스타 의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블랙머니'와 함께, 관련 외환은행 담당 직원과 금감원 직원이 고인이 됐음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라는 내용을 담은 팩스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이라는 확인서를 팩스로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를 알고 있는 허창욱 외환은행 재무기획부 차장과 진홍수 금감원 조사역의 죽음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편, 문 교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심사 관련 회의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를 두고 김준환 교수는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물론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며 인수 승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그는 2002년 서울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가 하나은행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했지만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떨어졌다며, 외환은행 인수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론스타가 서류를 조작해서 낸 것이 문제이고, 한국 금융 당국을 속인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에도 은행법 시행령 8조 2항 예외 적용으로 인수를 승인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2006년 12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 16년이 지나도록 최종 발표가 없는데

김준환 교수는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고해 성사'를 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당시 대검 중수부장)가 론스타 관련 수사가 왜 중단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 등이 론스타와 유착돼 있었고, 이들이 의도적으로 외환은행 자산을 저평가하고 BIS 비율을 부당하게 낮춰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론스타 사건 관계자들이 해외로 도피함에 따라 기소를 중지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대검 중수부 내에 특별수사 전담팀을 만들어서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당시 재경부 장관이었던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결재라인'에 속한 신진창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 사무관(現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 , 추경호 과장(現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을 꼽았습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왜 은행법 예외 적용이라는 공문을 보냈는지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진표 장관에 대해서는 론스타에 대한 심사도 없이 2003년 7월22일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할 계획을 발표한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필요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최종 승인을 위한 2003년 9월 초 금감위 회의 관련, 친필로 재경부 차관이 참석하라고 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종진 교수는 론스타 관련 문제가 복잡한 것이 아닌데도 20년 가까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과, 당사자들이 현재 중직에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공직자가 잘못된 정책 결정을 내렸다면 이후 중책이나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교수는 이번 론스타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고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현재 공직자들이 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외환은행 인수 불법 승인 의혹에 대한 수사에 대해, 시효가 다 끝난 사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준환 교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06년 12월 중간수사 발표를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당 발언이 개인적인 견해인지, 보고를 받은 이후의 공식 발표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스티븐 리'(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지목했고, 그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기소 중지가 됐기 때문에 시효가 남아 있다고 밝혔는데요.

2006년 검찰은 스티븐 리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수익률 조작으로 인한 업무상 배임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05년 돌연 미국으로 도피한 후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습니다.

그는 2017년 이탈리아에서 다른 사건으로 체포됐었는데요. 그의 형기가 끝날 때 우리 정부에서 기다렸다가 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사건은 또 미궁에 빠졌습니다. 김 교수는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정수석 라인이 이를 몰랐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정부와 론스타의 국제소송 판결이 나왔는데

김준환 교수는 절차가 끝났지만 정부가 이의 제기를 하고, 그 사이에 국회 차원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이후에도 패소한다면 김진표 국회의장과 추경호 부총리의 재산을 압류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요.

당시 금융 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두 사람으로 인해 예외 승인 공문이 나갔고, 이들의 잘못으로 국세가 단돈 1원이라도 나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론스타와의 유착 의혹이 있기 때문에 진실 규명 전까지는 재산을 압류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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