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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뉴럴링크 첫 뇌내 칩 이식, 윤리 문제는?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처음으로 인간의 뇌 속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현재 뉴럴링크는 칩을 이식받은 사람이 컴퓨터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두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맹인에게 시야를 제공하거나 말을 못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는 등의 보조 기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실험 과정에서의 동물 희생이나, 뇌와 컴퓨터 간의 연결과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이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논란이 되는 쟁점 등을 정리해 보았다.

▲ 뉴럴링크의 BCI 장치, 장애인 한 줄기 희망 될까

뉴럴링크가 이식한 칩은 뇌파를 감지하고 해석해 생각하는 방향을 컴퓨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생체 칩을 이식받게 될 사람은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 육체적인 제어권을 잃은 사람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끔 보조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는 또 이를 위해 뇌에서 칩으로, 다시 칩에서 컴퓨터까지 이어지는 뇌·컴퓨터 연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개발했다.

기존에도 뇌파를 감지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기술은 존재해 왔으나, 머리 바깥으로 나오는 뇌파의 신호는 매우 미미하기에 크고 불편한 뇌파 감지 장치를 머리에 써야 하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일론 머스크의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연합뉴스 제공]
일론 머스크의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칩을 머리에 직접 심음으로써, 뇌파 신호 수신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감지 장치를 사용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뇌와 맞닿은 칩은 더욱 섬세한 행위를 가능하게 했고, 뉴럴링크는 이를 장애인 생활 보조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현재 뉴럴링크의 BCI 기술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손 대신 키보드와 커서를 움직이게 하거나 로봇 팔을 부분적으로 대신 움직이는 수준이다.

그러나 의학적인 부문에서 반대로 컴퓨터에서 뇌로 신호를 보내는 기술이 연구된다면 더 극적인 치료법도 가능하다.

우리의 뇌가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현해낼 수 있다면 외부 카메라로부터 들어온 시각 정보를 보내 시각 장애인이 앞을 보게 한다거나, 환상통에 시달리는 사람의 고통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도 기대받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의료용 기술 외에도 뇌와 컴퓨터의 상호작용 시스템은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용해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거나, 고성능 거짓말 탐지기처럼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등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또 “여러 시장조사기관에서 BCI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기술의 발전도 발전이지만 인체 안전성 보장과 부작용 최소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 BCI 기술, 어디까지 왔나

최근에는 뉴럴링크 외에도 뇌에 칩을 삽입해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 최근 점점 더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사례로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를 들 수 있는데, 뇌와 척수 사이에 전기 자극을 주는 신경 재활치료용 전극을 삽입해서 하반신 마비 환자의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러한 BCI 기술의 발전은 영화에서나 보던 생각만으로 조종하는 전술 무기 체계나 기억을 로봇으로 옮겨 영생하는 등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곤 한다.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이 발명한 '무선 디지털 브리지' 개요 [스위스 로잔공대 제공]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이 발명한 '무선 디지털 브리지' 개요 [스위스 로잔공대 제공]

그러나 여전히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현재 뇌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아직 BCI 기술의 발전 상황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현재 BCI 기술은 뇌로부터 생각을 읽어내는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며, 뇌파의 패턴을 학습하여 명령을 수행하기에 각 사람에게 맞는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미세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일반적인 의약품이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될 때까지 길게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뉴럴링크의 생체 칩 연구의 실제 사용 승인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기에 예상보다 빠른 상용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바이오 칩과 같지는 않겠으나 신약을 개발할 때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FDA 승인까지 평균적으로 10년에서 15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이 과정에서 임상시험은 약 50%의 비중을 차지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 동물 실험과 인체 유해성, ‘생체 칩’ 논란 

뉴럴링크는 생체 칩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원숭이의 뇌에 칩 2개를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실험에서 원숭이는 생각만으로 간단한 컴퓨터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실험 대상이 된 원숭이 23마리 중 15마리가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동물 학대 논란도 일어났다.

지난 2021년 뉴럴링크의 전자칩을 뇌에 심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뉴럴링크 제공]
지난 2021년 뉴럴링크의 전자칩을 뇌에 심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뉴럴링크 제공]

또 뇌 임플란트 자체의 안전성 논란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생체 칩을 만들 때 들어가는 리튬 배터리나 전선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매우 섬세한 장기인 뇌에 영향을 주는 장비인 만큼 수술 중 뇌 손상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실제로 뉴럴링크도 동물 실험 성공 이후 지난해까지 인체에 미치는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번 임상시험을 계획했으나, FDA에 의해 번번이 무산됐다.

FDA의 반대 이유 역시 안전성에 관한 내용으로, 칩이 손상되거나 과열될 경우 뇌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위험성이나 이식 및 제거 과정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가 주를 이루었다.

이번에 승인이 발표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확보는 어느 정도 충족된 듯 보이지만, 만약 안전성을 전부 해결하더라도 여전히 윤리적 갈등 소재 역시 남아 있다.

뇌의 신호를 해석해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면, 반대로 컴퓨터에서 내 머리로 생각을 전달하거나 더 나아가 컴퓨터가 내 생각을 전부 읽게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생각을 읽는 기술로 인해 사생활이라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거나, 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의 정보·기술적 격차가 벌어진다는 목소리다.

이에 여러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기술에 대응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관계자는 “생명윤리가 과학기술을 저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기술 발전이 나날이 빨라지는 현대에서, 생명윤리는 이 사회가 함께 지속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