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호르무즈 해협 위기 고조…장기 봉쇄 가능성 부상

장선희 기자

이란의 공격이 확대되고 미국이 유조선 호위를 보류하면서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해상 통로로,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 해협이 장기간 막힐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 이란, 해협 통과 선박 공격…“통과 시 추가 타격” 경고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1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화물선 3척을 공격했다.

이란 측은 이와 함께 해협을 통과하려는 다른 선박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협은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들의 운항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들은 이동을 멈추거나 대기 상태에 들어간 상황이며, 글로벌 해운업계는 장기적인 봉쇄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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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미국, 유조선 군함 호위 요청 거부

걸프 지역 국가들에 따르면 석유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유조선 군함 호위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미국 국방 당국은 현재 상황에서 군함을 해협에 투입하는 것은 군사적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구간이 약 34km에 불과해 군함이 공격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란 해군과 드론 및 미사일 부대를 공격해 위협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이란은 여전히 공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해상 기뢰와 잠수함 위협까지 더해져 해협의 군사적 위험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 세계 경제 흔드는 공급 충격

해협 봉쇄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휘발유 가격도 상승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걸프 지역 산유국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원유가 저장시설에 쌓이고 있고 일부 국가들은 유전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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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사우디 “장기 봉쇄 시 글로벌 경제 치명적”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고경영자 아민 나세르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세계 석유 시장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란, 경제 압박 카드로 해협 통제 활용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에너지 시장을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전쟁 9일 만에 유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고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혁명수비대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통해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걸프 산유국 생산 축소…대체 수송로 모색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 등 주요 산유국들은 하루 약 7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무역기구에 따르면 전쟁 이전 주 기준으로 세계 해상 원유 거래의 약 38%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파이프라인 수출 경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정유시설 공급이 줄어들면서 정제 연료 시장의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트럼프 “필요하면 미 해군 호위” 발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유세 행사에서 “필요하다면 미 해군과 동맹국이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군 당국은 아직 그러한 명령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군함 호위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 군 당국 “현재 호위 작전은 위험”

그러나 미 해군 내부에서는 호위 작전에 대해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해협이 이란의 ‘킬존(kill box)’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드론, 대함 미사일, 기뢰 등 다양한 무기를 통해 선박을 공격할 수 있으며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돼 탐지 시간이 매우 짧다.

또한 이란은 소형 공격정과 무인 해상 장비 등 이른바 ‘모기 함대(mosquito fleet)’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호위 작전도 한계…선박 통과 속도 제한

전문가들은 설령 군함 호위가 시작되더라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크게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협이 매우 좁기 때문에 유조선 한 척당 군함 두 척 정도의 호위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이는 동시에 이동할 수 있는 선박 수를 크게 줄이게 된다.

또한 해안과 가까운 거리 때문에 공격 대응 시간이 매우 짧아 군사적 부담도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전쟁 종료 전까지 정상 운항 어려울 전망

전문가들은 결국 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해협 운항 정상화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10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현재는 많은 선박이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해협이 재개되더라도 선사와 보험사들이 안전성을 확신하기 전까지 운항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1000척 이상의 선박이 대기 중이며 이 가운데 약 600척이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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