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향후 몇 달 동안 대규모 인력 감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코딩 도구가 개발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며 조직 운영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 구조조정 비용 5억 달러 추가…총 21억 달러 규모
1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오라클은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구조조정 비용으로 5억 달러를 추가 적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회계연도 구조조정 예산은 총 21억 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과거 회계연도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감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BC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다음 분기를 앞두고 구조조정 비용을 5억 달러나 늘린다는 것은 결국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 아직 절반 이상 남은 구조조정 예산
현재 오라클은 구조조정 예산 가운데 약 9억8200만 달러만 사용한 상태다.
이 비용은 대부분 퇴직금 지급 등에 사용됐으며, 오는 회계연도 종료 시점인 5월 31일까지 약 11억 달러가 추가 구조조정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추가적인 대규모 감원이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AI 코딩 도구가 개발 인력 수요 감소
오라클은 실적 발표에서 AI 코딩 도구가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AI 기술 덕분에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빠르게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기술 도입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개발자 수요 자체를 줄이는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 내부 직원 미팅에서는 감원 언급 없어
그러나 같은 날 열린 직원 전체 회의에서는 구조조정 계획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테네시주 내슈빌 오라클 사무실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클레이 매구어크와 마이크 시칠리아는 최근 실적과 향후 성장 전략을 긍정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내슈빌이 앞으로 오라클의 새로운 본사가 될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회사의 미래 성장에 대해 낙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 “AI가 코딩 자동화” 발언에 직원들 불안
하지만 경영진은 동시에 AI가 많은 코딩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AI 기술을 통해 제품 프로토타입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감원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르면 2주 내 감원 발표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핵심 사업이 아닌 기존 레거시 사업과 지원 부서 직원들이 감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이미 3000명 감원…중간 관리층 축소
오라클은 이미 지난해 미국·캐나다·인도에서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한 바 있다.
당시 구조조정에서는 특히 영업과 마케팅 부문의 중간 관리층이 대거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 있는 구조조정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감원 규모는 이전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AI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 커지는 오라클
이번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오픈AI(OpenAI)와의 대형 데이터센터 계약을 포함해 AI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입 규모도 크게 늘었다.
현재 오라클의 장기 부채는 약 1430억 달러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달 채권 발행을 통해 25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하기도 했다.
▲ 최대 3만 명 감원 가능성 전망도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오라클의 구조조정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은행 TD 코웬은 올해 초 보고서에서 오라클이 최대 3만 명의 인력 감축과 일부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 주가 급락 후 반등…AI 투자 평가 엇갈려
오라클 주가는 오픈AI 데이터센터 계약이 공개된 이후 지난해 9월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비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최근 실적과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를 웃돌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0% 상승하기도 했다.
▲ AI 시대 ‘고용 구조 변화’ 상징 사례
이번 오라클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AI 도입이 기업의 고용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기업들은 AI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개발자와 사무직 일자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오라클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AI 중심 산업 구조로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동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