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란전쟁] 호르무즈 해협 6개국 안보 지원 선언·비축유 4억 배럴 방출... 국제 공조

김영 기자

영국, 일본, 프랑스 등 6개국 정상이 19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위한 안보 지원을 공식 선언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3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승인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화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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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정상 공동 성명 발표 및 호르무즈 안보 지원 입장 선회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등 6개국 정상은 19일 공동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 보장을 위한 지원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를 거부했던 기존 입장에서 중대한 전략적 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6개국은 성명에서 무장하지 않은 상업 선박과 석유·가스 시설 등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또한 테헤란 당국을 향해 기뢰 부설, 드론 및 미사일 공격, 해협 통행 차단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입장 변화는 이란의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자국 에너지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초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님을 강조하며 군사 작전 참여에 선을 그었으나, 실질적인 에너지 공급망 마비가 현실화되자 안보 계획 참여로 방향을 선회했다. 비록 성명에 직접적인 군사력 투입 명시는 빠졌으나, 준비 계획(Contingency Planning)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약속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통해 사실상의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 유가 113달러 돌파 및 IEA 4억 배럴 비축유 방출 결정

중동발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조율된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해협 봉쇄로 인해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19일 기준 국제 벤치마크 유가는 배럴당 113달러 이상에서 거래되었으며, 전쟁 시작 이후 걸프 지역에서 최소 17척의 상선이 공격을 받는 등 물류 리스크가 극대화되었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4억 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 조율 방출을 승인했다.

이번 방출 규모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기록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미국은 자국 비축유에서 1억 7,200만 배럴을 공급하기로 약속했으며, 일본은 8,000만 배럴을 투입하며 시장 방어에 나섰다. 대규모 비축유 방출은 급등하는 유가에 일시적인 제동을 걸 수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가 해제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시장은 4억 배럴의 공급량이 소진되는 시점 이후의 추가 대안 마련에 주목하고 있다.

미·이스라엘·이란 전면전 확대 및 벙커 버스터 투입 파장

외교적 공방 이면의 실질적인 군사 충돌 수위는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적대 행위 시작 이후 이란 내 사망자는 1,200명을 넘어섰으며, 이스라엘의 공습 범위는 레바논 내 목표물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주 해협 인근 해안선에 위치한 이란의 강화된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5,000파운드급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 폭탄을 투하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이란의 지하 요새화된 군사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은 해협의 '문지기' 역할을 자처하며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여러 국가가 자국 선박의 안전 통행을 요청해 왔으며, 이란 군부가 통과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국제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사실상 이란에 의해 장악되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이란의 행보가 국제법상 공해 통행권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서방 국가들과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망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단기간에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유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경로가 차단됨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대체 경로 확보를 위한 물류비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박은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이번 IEA 비축유 방출 이후의 장기적 조달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6개국의 안보 지원이 실제 군함 파견이나 호송 작전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벙커 버스터 투입으로 이란의 보복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해협 내에서의 국지적 교전은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크다. 국제 사회는 에너지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비축유 방출과 더불어, 해협의 자유 항행권을 회복하기 위한 외교적·군사적 압박 수위를 동시에 높일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정세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여부에 따라 세계 경제의 회복과 장기 침체의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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