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IMF, 세계 성장률 전망 하향…전쟁 여파 본격 반영

장선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을 반영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 3단계 위기 시나리오… 최악의 경우 '경기 침체'

1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IMF는 워싱턴에서 열린 춘계 회의에서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완만한 위축(Weaker)', '부정적 상황(Adverse)', '심각한 위기(Severe)'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IMF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기본 전망으로 채택했으나, 발표 직후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샤 수석 경제학자는 해당 수치가 이미 구식이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에너지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고 분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세계 경제가 이미 기본 전망을 벗어나 '부정적 시나리오'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유가가 2027년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으며 세계 성장률이 2.0%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80년 이후 단 네 차례만 발생했던 글로벌 경기 침체 수준이다.

▲ 인플레이션 압박과 중앙은행의 고심

에너지 가격의 장기 고공행진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심각한 위기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 세계 물가 상승률은 6%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금리라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함을 의미하며, 그 과정에서 2022년보다 더 큰 경제적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

다만 IMF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단기적인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며 사실상의 완화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에너지 쇼크가 길어질 경우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의 정책적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IMF
토비아스 아드리안 (Tobias Adrian), IMF 통화자본시장국장 [AFP/연합뉴스 제공]

▲ 주요국 경제 명암… 유럽 직격탄, 미국·인도 선전

경제 권역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미국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제 혜택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3%로 소폭 하향되는 데 그쳤다.

인도 역시 강력한 성장 모멘텀과 대미 수출 관세 인하 등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치가 오히려 상향 조정되며 신흥국 중 유일한 낙관적 지표를 보였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취약성이 커진 유로존은 중동 분쟁의 직격탄을 맞으며 성장률 전망치가 2년 연속 하향됐다.

중국 또한 에너지 비용 상승과 부동산 침체, 노동력 감소 등 구조적 악재가 겹치며 2027년 성장률이 4.0%까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 중동 지역의 경제적 파멸과 재정 지원의 경계

전쟁의 중심지인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은 인프라 파괴와 에너지 수출 급감으로 인해 2026년 성장률 전망치가 무려 2%p나 깎여 1.9%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6.1%), 카타르(-8.6%), 이라크(-6.8%) 등 주요 산유국들의 GDP는 기록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MF는 각국 정부가 고유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연료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등의 재정 정책을 펴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공공 부채가 임계치에 도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보조금은 오히려 다른 국가의 연료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가장 취약한 계층에만 일시적이고 정밀하게 타겟팅된 지원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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