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시설 관련 발언이 한미 간 정보 공유 체계의 균열로 번지며 외교적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측이 기밀 누설을 이유로 정보 제공을 제한한 가운데 행정부 내 노선 갈등이 표면화하며 안보 공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급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발언이 한미 동맹의 신뢰도를 뒤흔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정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북한의 핵시설로 영변과 강선 외에 평안북도 구성시를 추가로 공개했다. 문제는 이 발언의 근거로 제시된 미국 연구기관의 보고서 존재 여부다. 정 장관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했다고 밝혔으나, 해당 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구성 핵시설에 관한 보고서를 낸 적이 없다며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미확인 정보를 공식 석상에서 노출했거나, 한미 간 긴밀히 공유되어야 할 군사 기밀을 성급하게 공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구성 핵시설 발언 발 기밀 누설 논란의 실체
미국 측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실수가 아닌 중대한 정보 유출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정 장관의 발언 이후 한국에 대한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는 고강도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정 장관이 정책 설명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정보였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이 이를 한미 정보 당국 간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로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내정자 등 미 측 인사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이번 사태가 군사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 측은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정보 공유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장관급 인사의 발언을 직접 문제 삼아 공조 체계를 흔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 트럼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불만 표출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와 이재명 정부가 각각 출범한 이후 지난 1년 가까이 쌓여온 정책적 불협화음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법론을 두고 양국 리더 간의 미묘한 시각 차이가 존재해왔으며, 실무 차원의 갈등이 국가 간 갈등으로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구성시 발언이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는 CSIS 측이 이례적으로 한국 장관의 발언을 즉각 반박한 것 역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한미 양국 간의 갈등 사안에서 미국 측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국방부에 항의했다는 설까지 나도는 등 안보 현장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 자주파와 동맹파 노선 갈등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부 내부의 노선 투쟁으로 번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 장관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남기면서, 여권 내 대북 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와 한미 공조를 최우선시하는 동맹파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발언이 미국 측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정보였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는 오히려 미 측의 반발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내부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채 대외적으로 노출되면서 대북 감시태세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는 한미 북핵 정보 공유 제한에 대해 공조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으나, 현장 실무진 사이에서는 정보의 양과 질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안보 공백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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