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저가로 수입한 물품을 장기간 보세창고에 묶어둔 뒤 가격 상승 시점에 판매하는 이른바 ‘시세차익형 유통’ 차단에 본격 착수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 일부 수입업체의 부당수익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판단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할당관세 개선 후속 조치를 보고했다. 회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진행됐다.
▲ 설탕 방출 의무 6개월→4개월 단축…시장 공급 속도전
농식품부는 오는 8월부터 할당관세 적용 설탕의 시중 방출 의무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는 수입업체들이 저관세 혜택을 받은 설탕을 장기간 창고에 보관하며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공급 시점을 앞당기면 소비자 가격 안정 효과도 보다 신속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할당관세는 특정 품목의 관세를 최대 40%포인트까지 낮춰 물가 안정과 수급 조절을 유도하는 제도다. \
관세 부담이 줄어든 만큼 시중 가격도 낮아져야 하지만, 실제 유통 과정에서는 가격 인하 효과가 즉각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 “싸게 들여와 비싸게 판다”…할당관세 악용 논란 확산
최근 환율 상승과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 속에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일부 수입업체들은 할당관세로 저렴하게 들여온 제품을 보세구역에 장기간 쌓아두거나 수입 신고 자체를 늦추는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가격이 오를 때까지 반출을 미루면 결과적으로 관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수입업체 이익으로 흡수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할당관세 부정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보세구역 반출 의무 기한 확대 등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 제공]
▲ 가산세 기준 강화…세관 즉시 반출 명령권도 추진
정부는 제도적 강제력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추진 중인 관세법 개정안에는 보세구역 반입 후 수입 신고를 지연할 경우 적용되는 가산세 기준을 현행 ‘30일 초과’에서 ‘20일 초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물가 안정 차원에서 신속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무 부처 장관 요청을 받은 세관장이 화주에게 즉시 물품 반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관련 시행령 개정 사항은 이미 지난달 3일 공포·시행됐으며, 관세법 개정안은 오는 7월 세법 개정안에 반영돼 연내 처리될 예정이다.
▲ 수산물 유통 추적 확대…냉동고등어·오징어 등 추가
정부는 수입 수산물에 대한 유통 추적 관리도 강화한다. 농식품부는 냉동고등어, 냉동갈치, 냉동명태, 냉동오징어, 냉장오징어 등 5개 품목을 수산물 유통 이력 관리 대상에 새롭게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22개인 관리 대상 품목은 총 27개로 확대된다.
정부는 유통 경로를 보다 촘촘히 추적하면 할당관세 악용 사례 적발과 단속 실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산물은 수입량과 소비자 체감 물가 간 연관성이 큰 만큼, 유통 단계 관리 강화가 실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연말 통합관리체계 구축…aT 전담 조직 신설 추진
정부는 올해 말까지 농축산물 할당관세 적용 품목에 대해 수입부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내에 약 30명 규모의 ‘할당관세 관리팀’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단순 관세 인하를 넘어 유통 단계 관리와 사후 감독까지 강화하면서, 향후 물가 정책이 보다 직접적인 시장 개입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