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중국이 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하며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자국의 재생 에너지 기술 수출을 강력히 추진하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각) 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직후, 중국은 석유 제품 수출을 금지하며 자국 정제 시설에 의존하던 아시아 국가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를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며 아시아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 요청을 이끌어내고, 지역 내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라는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 자원 강국의 여유...에너지 안보 내세운 중국의 ‘소프트 파워’ 외교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비축유를 확보하고 청정 에너지 기술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이러한 전략적 우위 덕분에 중국은 베트남의 항공유 부족 문제나 필리핀의 비료 수출 제한 요청 등에 응답하며 아시아 국가들을 자국 영향권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다.
지난달에는 호주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항공유 공급 협조를 구했으며, 중국은 지역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답을 주는 대신 상대국들로부터 외교적 대화 진전과 향후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협력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NYT에 따르면 전문가는 이를 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전제로 이웃 국가를 지원하며 녹색 기술 판매를 위한 토대를 닦는 ‘소프트 파워’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위기 속 선별적 지원...외교 관계에 따른 ‘당근과 채찍’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는 철저히 외교적 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루어졌다. 관계가 개선되고 있던 베트남과 호주 등은 일부 연료를 공급받는 수혜를 입었으나,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대만에는 ‘평화적 통일 후 자원 안보 보장’이라는 노골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중국의 대(對)베트남 항공유 수출은 전월 대비 34% 증가했으며, 필리핀으로의 비료 수출과 디젤 수출도 각각 33%, 187% 급증했다.
이는 위기 시기에 중국이 ‘당근’을 어떻게 배분하여 호의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선별적 지원이 향후 중국 주도의 지역 질서를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과잉 생산 논란 잠재운 에너지 위기...녹색 기술 수출의 기폭제
전쟁은 중국의 ‘에너지 강국’ 부상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스마트 그리드 및 전기차(EV) 제조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 위기를 틈타 아시아 전역에 자국 기술을 이식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제품의 ‘덤핑’ 논란은 에너지 위기 앞에서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인식되며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지난 3월 중국의 태양광 패널 수출은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기차 수출 역시 각종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화석 연료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중국은 자국 기술을 ‘화석 연료의 대안’이자 ‘에너지 자립의 수단’으로 포장하여 신흥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 중국 ‘에너지 패권’ 강화... 전략적 자급자족 가속화
중국 지도부는 청정 에너지를 부채 위기로 얼룩진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쇄신할 보충제로 여기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전쟁 발발 전부터 ‘에너지 강국’이 되는 것이 강대국 경쟁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는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에서 자급자족 체제를 구축하려는 베이징의 광범위한 의지를 반영한다.
에너지 외교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해 온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카자흐스탄의 풍력 발전소와 아르헨티나의 태양광 발전소 등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성과로 제시했다.
에리카 다운스 연구원은 “평소에는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 수출을 비판하던 국가들도 위기 상황에서는 값싼 에너지 장비 공급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중동의 불안정성이 지속될수록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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