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 발표 직전에 국제 유가 하락에 베팅한 대규모 거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분석에 따르면 올해 3~4월 국제 원유 및 연료 파생상품 시장에서 최대 70억달러(약 10조2700억원) 규모의 공매도성 거래가 특정 시점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거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중대 발표 직전 몇 분 사이에 실행됐고, 이후 실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막대한 차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발표 직전마다 반복”…시장 전문가들도 의문 제기
문제가 된 거래는 단순한 한 차례 이상 움직임이 아니었다.
시장 참가자들과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수상한 거래 패턴은 최소 네 차례 반복됐다.
첫 사례는 3월 23일 발생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력 인프라 공격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발표 직전 대규모 원유 선물 매도 주문이 집중됐다.
이후 4월 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발표하기 직전 다시 대규모 유가 하락 베팅이 나왔다. 당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하루 최대 15% 급락했다.
같은 패턴은 4월 17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논의 시점과 4월 21일 휴전 연장 발표 직전에도 반복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래 타이밍이 지나치게 정확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단순 원유 넘어 휘발유·디젤까지 동시 베팅
초기에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거래만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 분석 결과 거래 범위는 훨씬 광범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는 ICE(인터컨티넨털거래소)와 CME(시카고상품거래소) 등 글로벌 핵심 원자재 거래소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유럽 디젤 선물과 미국 휘발유 선물까지 포함됐다.
여기에 단기 계약뿐 아니라 장기 계약물까지 함께 매도되면서 전체 거래 규모는 기존 알려진 26억달러를 훨씬 넘어 약 7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는 단순한 투기성 거래라기보다는 매우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포지션 구축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매우 정보에 밝은 거래”…내부정보 가능성 부상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일반적인 시장 예측 수준을 넘어선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직 석유 트레이더이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전문가인 아디 임시로비치는 “이 거래들은 주요 발표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정보에 기반한 거래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유시장 가격체계 설계에 참여했던 온닉스캐피털그룹의 호르헤 몬테페케 역시 “거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컸고 특정 시점에 집중돼 있었다”며 “핵심 발표 이전에 실행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거래소 데이터를 통해 실제 주문자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하루 수천억 수익 가능성…공매도 구조는?
이번 거래의 핵심은 ‘숏 포지션(공매도)’이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특정 상품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때 사용하는 전략이다.
선물 계약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더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문제의 거래 이후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10~15% 가까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70억달러 규모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수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일부 거래는 거래량이 평소 적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시장 충격을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 美 법무부·CFTC 조사 확대 가능성
현재 미국 법무부(DOJ)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관련 거래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CFTC는 이미 지난 4월부터 관련 거래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적으로 수사 착수 여부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ABC뉴스 역시 최근 미국 법무부가 약 26억달러 규모의 원유 거래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모든 연방 공무원은 비공개 정보를 금융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윤리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단순 공직자 내부정보 유출 가능성뿐 아니라 국제 정치·외교 라인까지 연결된 광범위한 정보 네트워크 존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