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테크 기업 아마존이 인공지능 분야에 연간 2,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가운데 사내에서는 인사고과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AI 사용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들은 실제 업무 효율보다 AI 사용량 지표인 토큰 수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며 기술 도입의 본질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기업 측의 압박이 현장 인력에게 전이된 결과로 분석된다.
아마존이 인공지능 기술의 내재화를 위해 도입한 성과 지표가 현장 직원들에게 과도한 업무 압박으로 작용하며 생산성 저하라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이 최근 배포한 사내용 AI 도구 '메시클로'가 직원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업무 혁신보다는 토큰 사용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이 설정한 기술적 목표가 개별 직원의 업무 방식에 직접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사내 전용 AI 에이전트인 메시클로는 이메일 분류와 업무용 메신저 작업 및 코드 배포 등을 자동 수행하도록 설계된 고도화된 도구다. 아마존은 해당 도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AI 토큰 사용량을 정밀하게 추적하며 기술 정착을 독려해 왔다. 토큰은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를 의미하며 이는 곧 해당 직원의 기술 활용도를 측정하는 척도로 간주된다.
아마존 경영진은 토큰 수치가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무 현장의 인식은 판이하다.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토큰 수치를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일부 직원들은 필요 없는 업무까지 AI로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수치를 부풀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의 아마존 직원을 인용해 "일부 동료들이 단지 토큰 사용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시클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존이 설정한 공격적인 기술 도입 목표치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80% 이상이 매주 인공지능을 사용하도록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여 왔다. 이는 업무 환경 전반에 AI를 정착시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으나 현장에서는 지표 채우기식 경쟁으로 변질되었다.
올해 아마존이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약 2,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8조 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 만큼 경영진 입장에서는 가시적인 활용 지표와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거대 자본 투자가 현장의 경직된 지표 관리로 이어지며 기업 문화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과잉 경쟁이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를 범하거나 보안상의 허점을 노출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아마존 직원은 "기본 보안 설정이 우려될 수준이며 AI가 스스로 모든 판단을 내리도록 방치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도입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수치 중심의 관리가 기술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이터 통신은 아마존의 이번 사례가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대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관리의 함정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한 사용량 확대보다는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기여하는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정교한 평가 모델이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결국 아마존의 AI 전략은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조직 내부의 수용성과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보여주기식 경쟁이 지속될 경우 데이터의 오남용과 시스템 부하 등 유무형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질적 고도화와 조직 문화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아마존의 글로벌 테크 리더십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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