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0억 보험사기 '밤샘 매뉴얼'…설계사 징역 3년 실형

김현수 기자

초음파 검사 전날 밤샘과 에스프레소 3잔, 심지어 줄담배까지 권유해 허위 부정맥 진단을 받게 한 충격적인 '매뉴얼 사기극'을 주도한 베테랑 보험설계사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보험 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대규모 사기 범죄의 전모가 드러났다. 부산지법은 2026년 5월 16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보험설계사 A씨에게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한 보험사 소속으로 일하며 고객들에게 허위 부정맥 진단을 받게 하고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치밀한 '부정맥 진단 매뉴얼'을 제작, 공유하며 범행을 주도했다. 이 매뉴얼에는 병원 접수 및 진료 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다'는 증상을 설명하는 방법이 상세히 담겼다. 특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전날 밤샘, 에스프레소 3잔 및 에너지 음료 섭취, 줄담배, 줄넘기, 스쿼드, 계단 걷기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심박수 불규칙을 유도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돼 충격을 안겼다.

A씨는 매뉴얼 전파를 넘어 부정맥 진단이 잘 나오는 특정 병원을 소개하고, 보험사의 '보험사기 리스트'에 오르지 않도록 보험금 수령 이후의 대응 요령까지 코칭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고객 B씨 등을 포함한 30명이 넘는 보험계약자들이 허위 진단을 통해 편취한 보험금은 총 10억 원 이상에 달하며, A씨는 이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법 형사6단독 김민지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A씨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보험설계사로서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범행을 주도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책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고객 4명 중 1명(B씨 등)에게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으며, 나머지 3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서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이 선고됐다.

10억 보험사기 '밤샘 매뉴얼'…설계사 징역 3년 실형
[사진=연합뉴스]

김민지 판사는 "보험사기 범행은 합리적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다수의 보험 가입자에게 그 피해를 전가해 보험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해하는 등 폐해가 크므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유사 범죄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보험사기 근절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보험 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선량한 다수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김민지 판사의 단호한 판결 메시지처럼,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법적 처벌 강화와 함께 보험사들의 자정 노력, 당국의 지속적인 감시가 절실하다. 특히 보험사들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시에 내부 윤리 강화와 예방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여 보험 제도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jaehong.kim@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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