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 이면의 사이클 경고등과 마이크론의 저평가 착시 현상

재경 외신부 기자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 이면의 사이클 경고등과 마이크론의 저평가 착시 현상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특유의 업황 주기(사이클)와 수요 급변에 따른 구조적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메모리 거두 마이크론은 최근 수익성 지표에서 메타와 버크셔해서웨이를 앞질렀으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낮은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업황 정점을 시사하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이 전례 없는 시장 호황을 견인하고 있으나 공급 과잉과 기술 혁신에 따른 수요 급감이라는 양면적 위험 요소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의 선두권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최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미국 증시 내 수익성 6위 종목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이러한 승리의 정점에서 오히려 산업의 몰락을 초래할 '파멸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는 비판적 분석을 내놓았다.

마이크론의 향후 12개월 선행 순이익 전망치는 현재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플랫폼과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3년 전 기록적인 손실을 냈던 과거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이지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사이클 특성은 여전한 투자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집행된 이후 수요가 둔화될 경우 공급 과잉에 따른 급격한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미만으로 S&P 500 지수 편입 종목 중 최하위권에 머물며 지표상 극심한 저평가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낮은 PER 수치가 반드시 주가 상승의 신호탄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과거 2022년 초에도 마이크론의 PER은 9배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했으나 이후 업황 하강 국면에서 주가가 반토막 났던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이클 산업의 특성상 실적 호조기에 분모인 이익 수치가 급증하면 PER이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기 쉬우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왜곡된 안전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선임 마켓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는 "투자자들이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특성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이 사이클의 의미를 오독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적 전망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오히려 투자 위험이 가장 높은 시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요의 기반이 되는 AI 기술 자체의 진보 역시 메모리 업계에는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동일한 성능의 AI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양이 비약적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 연구진이 발표한 '터보퀀트' 기술은 AI의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의 6분의 1 수준으로 감축시켰으며 이는 하드웨어 수요를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변수다.

공급망 내부의 경쟁 심화와 정치적 역풍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의 축소나 AI 도입 속도의 조절, 그리고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반도체 시장의 확장성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AI 연산 칩 분야에서 구글과 세레브라스 같은 후발 주자들이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대거 진입할 가능성이 상존하며 이는 장기적인 수익성 방어를 어렵게 만든다. 현재는 AI 수요가 압도적이라 추가 공급 물량이 시장에 즉각 흡수되고 있으나 호황이 길어질수록 생산 능력 확충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의 낙관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생산 시설 확충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 공급 과잉의 부작용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AI 반도체 붐이 과거의 일반적인 사이클과는 궤를 달리하는 장기 구조적 성장기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생성형 AI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론 역시 과거 반도체 슈퍼 사이클 때마다 반복되었던 주장이기에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제임스 매킨토시는 칼럼을 통해 "시장의 AI 환상이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승리의 가파른 정점에 파멸의 씨앗이 뿌려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의 기록적인 수익성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시사하며 투자자들이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사이클의 위치를 면밀히 파악해야 함을 경고한다. 향후 반도체 시장은 기술적 혁신과 시장 진입 장벽의 변화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이크론을 비롯한 메모리 기업들의 향방은 AI 수요의 지속성과 더불어 신규 경쟁자들의 진입 속도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낮은 PER 지표에 안주하기보다 기술적 혁신이 수요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관찰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적 교훈은 가장 화려한 호황의 순간이 항상 위기의 시작점이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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