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유럽 시장에서 오픈AI를 비롯한 경쟁사 인공지능(AI) 챗봇에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을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에 대한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의 고강도 반독점 압박을 무마하기 위한 유화책으로 풀이되나, 중소 경쟁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효성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 메타, 경쟁 AI 챗봇에 왓츠앱 일부 개방
2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과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주 EU 반독점 규제 당국에 경쟁사 AI 챗봇이 유럽 내 왓츠앱 메신저망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다만 이 제안에는 경쟁사 AI가 사용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전송량이 일정 한도(임계치)를 넘어설 경우 그 시점부터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EU 집행위원회가 메타의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칠 때까지 경쟁사에 왓츠앱 접근권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라는 '임시 조치 명령'을 검토하자, 메타가 선제적으로 내놓은 방어책이다.
메타는 당국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 달간 경쟁사 AI 챗봇에 '왓츠앱 비즈니스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메타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지난 5월 18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 메타 “한 달 무료 제공”…규제 협상 진행
메타가 유럽에서 왓츠앱을 두고 규제 당국과 줄다리기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메타는 올해 1월 왓츠앱 내에서 자사 서비스인 '메타 AI(Meta AI)'만 구동되도록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가, 규제 당국의 압박이 들어오자 3월에 비용을 지불하면 경쟁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했다.
그러나 EU 반독점 당국이 이러한 유료화 정책에 대해서도 추가 심사보고서(독점금지 위반 고지서)를 발부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자, 메타는 결국 수수료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고 이번 '한도 초과 후 과세' 방식의 타협안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성장하는 AI 비서 시장이 혁신가들에게 개방되고 경쟁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메타의 이번 제안이 당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협상의 여지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소 스타트업 격렬 반발…“메타 AI와 차별적 구조”
메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소에 나섰던 유럽 안팎의 중소 AI 기업들은 이번 제안을 전면 거부하며 당국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챗GPT 제조사인 오픈AI 같은 거대 기업과 달리,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는 일정 한도 이후 청구되는 수수료가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포크닷컴(Poke.com) AI 비서 개발사인 캘리포니아 인터랙션 컴퍼니와 프랑스 스타트업 아젠틱(Agentik)은 메타의 제안이 시장 왜곡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아젠틱의 창립자인 제레미 앙드레는 메타의 자체 AI인 '메타 AI'는 왓츠앱 API를 사용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경쟁사에만 전송량 제한과 수수료를 적용하는 구조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사들은 메타가 즉각적으로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EU 집행위원회가 강제적인 임시 조치 명령을 발동해 왓츠앱 결제망과 인프라를 완전히 개방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차세대 디지털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빅테크와 이를 견제하려는 유럽 당국 간의 규제 전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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