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미 '핵잠수함·원자력 주권' 담판 시작... 서울서 범정부 안보 이행 회의 발족

김영 기자
한미 '핵잠수함·원자력 주권' 담판 시작... 서울서 범정부 안보 이행 회의 발족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핵심 안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실무 협상을 서울에서 개시한다. 양국은 이번 회의를 단순한 상견례가 아닌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도출하는 실질적 협의체로 운영하며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를 포함한 에너지 안보 전반을 다룰 계획이다.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은 이미 입국을 마치고 본격적인 협상 궤도에 진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안보 분야 합의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첫 이행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며 양국 간 안보 동맹의 실질적 진전 여부를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그동안 실무선에서 준비해 온 안건들을 토대로 미국 측과 강도 높은 협상을 이어가며 국가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족 회의는 오는 2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시작되어 3일까지 이틀간의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미국 측 수석대표인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이 회의 전반을 주재하며 협상의 물꼬를 튼다. 수석대표 간 회의 이후에는 양국 국가안보실 주도하에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구체적 실무 협의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논의의 핵심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라는 민감한 의제에 집중된다. 이는 한국의 국방력 강화와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한 필수적 요소로 꼽히며 양국 간 기술적 및 법적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아울러 조선업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 방안도 주요 테이블에 올라 한미 경제 안보의 외연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효율적인 협상을 위해 핵잠수함과 원자력협정 개정 등 상호 연관성이 높은 의제들을 통합하여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실무 인력이 중첩되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조치이자 각 현안이 지닌 유기적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별도의 장소에서 분산 논의하기보다 한자리에서 집중 협의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필두로 외교부와 국방부, 기후에너지부 등 관련 부처가 총망라된 범정부 대표단을 구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전문 부처 관계자들도 대거 참여하여 기술적 검증과 정책적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이는 안보 현안이 단순한 국방 문제를 넘어 에너지와 산업 전반에 걸쳐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측 역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에너지부, 전쟁부 등 주요 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미국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인력을 대거 투입한 것은 이번 협상이 지닌 전략적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에너지부와 전쟁부의 참여는 원자력 기술 이전과 군사적 협력의 구체성을 담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올해 초 개최될 예정이었던 이번 협의는 대내외적인 변수들로 인해 수개월간 지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속도를 둘러싼 이견과 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쿠팡 관련 사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일정이 미뤄졌다. 정부는 이러한 지연에도 불구하고 실무선에서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물밑 작업을 완료했다.

정부는 이번 발족 회의를 단순한 상견례 차원의 요식 행위로 치르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회의 시작과 동시에 즉각적인 실무 협의에 돌입하여 본격적인 협상 성과를 도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연된 시간만큼 속도감 있는 논의를 통해 양국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의 성격에 대해 "바로 실무협의로 들어간다는 게 양측이 공유하는 스탠스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 정부가 이번 회의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형식적인 절차를 최소화하고 의제별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첫 회의인 만큼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협의 체계 구축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주요 현안에 대한 양측의 기본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장기적인 협상 로드맵을 설정하는 과정이 우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핵잠수함 건조와 같은 민감한 사안은 단기간의 합의보다는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대표단은 방한 기간 중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 등 한국의 외교 및 안보 사령탑과 잇따라 면담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오는 3일 후커 차관과의 만남에서 안보 협의 외에도 한반도 정세와 양자 관계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무 협의를 뒷받침하는 고위급 차원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앨리슨 후커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측 대표단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후커 차관은 입국장에서 이번 회의에서 기대하는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키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침묵은 협상의 민감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향후 테이블에서 전개될 치열한 수 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한미 양국은 이번 발족 회의를 기점으로 안보 합의 이행을 위한 상시적 협의 구조를 안착시킬 전망이다. 핵잠수함 건조와 원자력 주권 확보는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협상 전략이 요구된다. 시장 질서와 법치에 기반한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미#'핵잠수함·원자력#주권#담판#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