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글로벌 반도체주의 조정과 원/달러 환율의 1,500원대 돌파가 시장 공포를 자극하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 매도세가 몰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동반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급격한 조정과 환율 급등이 맞물리며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폭락장을 연출했다. 코스피 지수는 8일 장중 8% 넘게 하락하며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데 이어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까지 잇달아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3분 42초부터 20분간 유가증권시장의 모든 종목과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조치는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서킷브레이커 발동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시행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85.85포인트(8.40%) 내린 7,474.74를 기록하며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렸다. 거래는 오전 9시 23분에 재개되었으나 이후 10분간 단일가매매로 진행되는 등 시장의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올해 들어 세 번째이며 역대 아홉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 3월 4일과 9일에도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리스크 여파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바 있으나, 이번 폭락은 반도체 등 주도주의 펀더멘털 우려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화 가치 하락이 겹친 복합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에 이어 오전 9시 34분 매도 사이드카도 추가로 발동됐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81.30포인트(6.26%) 내린 1,216.85를 나타냈다. 이로써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2번으로 늘어났으며 매도와 매수 사이드카가 각각 11번씩 기록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 역시 장 초반 급락세를 이기지 못하고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6분 2초경 코스닥150선물가격과 코스닥150지수의 변동으로 인해 5분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당시 코스닥150선물은 전일 종가 대비 7.95% 하락했으며 코스닥150지수는 8.11% 급락하며 시장의 자정 능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증시 폭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종목의 조정과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이 지목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급등한 1,555.2원에 개장하며 1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9%와 8%대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이른바 '30만전자'와 '200만닉스' 선이 붕괴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환율 변동성까지 더해지며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은 국내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가속화가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급락이 시장의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과도한 과열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스피의 과열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이 헤지에 나서며 매도세가 증폭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시각은 시장이 단기적 공포에서 벗어나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
향후 증시는 미·일 등 주요국 금리 정책과 반도체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변동성 완화 장치를 적극 활용하여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레버리지 투자를 지양하고 시장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될 때까지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