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하며 달러화 가치가 2개월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고용 지표와 에너지 가격 쇼크가 맞물리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인상 베팅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양상이다.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0.34엔까지 밀려나며 일본 당국이 투입한 11조 7천억 엔 규모의 시장 개입 효과를 완전히 상쇄했다.
미국의 견고한 노동 시장 지표가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를 다시 자극하며 글로벌 외환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며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보고서가 시장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꺾어버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 주요국 통화는 달러 강세의 직격탄을 맞으며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1507달러까지 떨어지며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영국 파운드 역시 3주 만에 최저치인 1.33165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 글로벌 자금이 안전 자산인 달러로 집중되면서 유럽 주요국의 통화 가치는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받는 모양새다.
오세아니아권 통화 가치도 미 달러화의 독주 속에 동반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호주 달러는 0.7016달러, 뉴질랜드 달러는 0.5779달러 선까지 밀려나며 각각 2개월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한 이들 통화의 하락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달러 패권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위험 자산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신흥국 및 주요국 통화의 매도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노동 시장의 유례없는 호조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함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조너스 골터만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고용 보고서는 현재의 에너지 가격 쇼크에도 불구하고 노동 시장이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지표의 조합은 연준이 연내 통화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이제 연준이 올해 말까지 최소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골터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공급난과 노동 시장의 재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올해 말 각각 25bp씩 두 번의 금리 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시장의 전망을 정면으로 뒤집는 파격적인 진단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준의 매파적 행보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는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연준의 매파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난 우려가 확산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고용 호조에 따른 임금 상승 압력과 에너지 가격 폭등이 결합된 전형적인 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시장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준의 법치적 통화 정책 기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수치는 시장 참여자들의 급격한 심리 변화를 숫자로 증명한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오는 12월까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41.7%로 반영하고 있으며, 0.50%포인트 인상 확률은 26.8%에 달한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1.5%포인트와 14.9%포인트 급등한 수치로 시장의 급격한 태세 전환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이제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의 폭과 시기를 계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본 엔화의 몰락은 달러 강세가 초래한 가장 파괴적인 결과물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엔화는 달러당 160.34엔까지 밀려나며 지난 2024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한 달 전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투입한 11조 7천억 엔 규모의 대규모 시장 개입 효과를 단숨에 무력화시킨 결과다. 막대한 공적 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일 간의 압도적인 금리 차이와 달러의 위상을 이겨내지 못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의 실질적 성장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반한 일시적 쏠림 현상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때, 과도한 추가 긴축은 오히려 급격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의 베팅이 단기 지표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어, 향후 발표될 물가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계적인 긴축 기조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연준의 입과 미국의 물가 지표 발표 때마다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신흥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자본 유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 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에 따른 환율 변동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시장 질서의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 달러 패권의 귀환 속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 여부가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