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DST)를 정조준하며 강경한 무역 압박에 나섰다.
15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프랑스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3% 디지털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발언은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관세 위협을 넘어 디지털 경제 과세 체계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트럼프 "디지털세 유지하면 와인 관세 100%"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미국 기업에 대한 과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며 "만약 계속 부과한다면 프랑스산 샴페인과 와인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2019년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해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들에게 3%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세 대상에는 아마존, 메타, 알파벳(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해당 세금이 사실상 자국 기업만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해 왔다.
▲ 디지털세 둘러싼 미·유럽 갈등 재점화
디지털세는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통상 갈등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미국은 디지털세가 실질적으로 미국 기업만을 겨냥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첫 임기였던 2019년에도 프랑스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프랑스산 와인을 비롯한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검토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제 평화 구상인 'Board of Peace' 참여를 압박하기 위해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프랑스 와인 산업, 미국 시장 의존도 높아
이번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프랑스 와인 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프랑스 와인 업계 최대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다.
현재 프랑스 와인 산업 전체 글로벌 매출 가운데 약 20%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규모는 연간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고급 와인과 샴페인 브랜드들은 미국 소비자 비중이 높아 관세 인상 시 직접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100% 관세가 적용될 경우 프랑스산 고급 와인의 미국 내 판매가격이 사실상 두 배 가까이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이미 나타난 수출 감소 신호
프랑스 와인 수출은 최근 들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와인경제학회(AAWE)에 따르면 프랑스의 대미 와인 수출액은 2025년 19억 유로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24억 유로 대비 약 15.9%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해당 감소가 관세 우려 때문인지, 아니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으로 소비 패턴을 전환한 결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AAWE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이 프랑스 와인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무역 장벽은 업계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G7 앞두고 통상 압박 카드 활용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관세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AI 규제, 이란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세 문제는 미국과 유럽 간 경제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관세를 외교 및 경제 정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빅테크 과세 전쟁, 새로운 통상 분쟁으로 확대
이번 갈등은 단순히 와인과 샴페인 관세 문제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질서를 둘러싼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유럽은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조세 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세 도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국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무역장벽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세를 둘러싼 갈등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 무역분쟁에서 데이터와 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통상 갈등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