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 두 명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목요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을 공격했다.
이는 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교전 중단과 항로 재개방을 위해 체결한 합의를 시험대에 올린 행위로 평가된다.
▲ 고의성 짙은 드론 공격…선박 조타실 파손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 2명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목요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싱가포르 국적 화물선을 공격했다.
당국자 중 한 명은 일방향 공격용 드론이 선박 서쪽으로 접근한 뒤 충돌했다며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공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번 공격으로 선박의 조타실(브리지)이 손상됐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 오만 연안 인근서 발생…이란, 지정 항로 이용 경고
공격은 오만 연안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사건 직전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지 말 것을 선박들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실상 이란이 자국이 통제하는 항로만 이용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 IMO 대피 작전 전격 중단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화요일 이란과 오만, 미국 등 연안국들과 협력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는 수백 척의 선박을 위한 대피 항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격 발생 수시간 뒤 IMO는 해당 대피 작전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대피 대상 선박과 역내 모든 선박에 대한 안전 보장이 계속 유지되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받은 선박은 IMO가 운영하는 공식 대피 체계를 이용한 선박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 미·이란 합의 흔드는 첫 충돌
양국이 체결한 60일간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 합의는 이란이 상업용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미국이 이란 항만 봉쇄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 주 이란산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일부 유예했으며, 수십 년 만에 이란이 달러화로 원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합의 이행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 백악관 "항행 자유 방해 용납 못 해"
백악관은 "관련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 이란, 승인 항로 외 이용 선박에 책임 경고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산하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은 엑스(X)를 통해 IMO가 지정한 틀 밖의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안전 통항 보장과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경고했다.
또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선주와 운영사, 선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해운 운항 회복세에 찬물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박 추적업체들의 집계에 따르면 수요일 하루 동안 70~80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선박 데이터 업체 클레플러(Kpler)는 70척이 해협을 통과해 전날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수개월간 이란의 공격 위협과 미국의 봉쇄로 크게 위축됐던 해운업계가 점차 운항을 재개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 레바논 긴장 여파…해협 재봉쇄 선언
이란은 지난 주말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충돌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헤즈볼라와의 교전 중단 역시 미국·이란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 가운데 하나다.
다만 이란 정부는 아직 해협 재개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며, 지난 6월 12일 유조선 공격 이후 최근까지는 상업용 선박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 혁명수비대 "유턴 명령"…실제 선박 회항
혁명수비대는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IMO가 승인한 남쪽 항로를 이용하던 유조선 3척에 회항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양 정보업체 윈드워드(Windward)는 실제로 선박 5척이 항로를 변경해 유턴한 것으로 파악했다.
혁명수비대는 IMO 지정 항로를 이용한 해협 통과는 "용납할 수 없으며 매우 위험하다"며 모든 선박이 반드시 이란 당국과 사전 조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공격받은 '에버 러블리'…100일 넘게 발 묶여
공격을 받은 화물선 '에버 러블리(Ever Lovely)'는 이라크 움카스르항에서 화물을 선적한 뒤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이었다.
선박 추적업체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100일 이상 페르시아만에 머물러 있었으며, 이날 오전 다른 선박 3척과 함께 해협 통과를 시도했다.
네 척 모두 IMO가 지정한 오만 연안 항로를 따라 운항했으며, 에버 러블리가 가장 앞에서 항해하고 있었다.
인근 선박 승무원들은 이란 해군이 무전 등을 통해 회항을 요구하거나 별도의 경고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