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해 기록적인 타격을 입었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IBM의 주가는 25% 이상 급락하며 하루 만에 690억 달러(약 102조 8652억원)의 시장 가치를 잃었다. 이는 IBM 역사상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이다.
이러한 급락은 회사가 이례적으로 수익 경고를 발표하면서 촉발되었는데, 주된 원인은 고객들의 지출이 기존 소프트웨어에서 AI 하드웨어 및 메모리 칩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IBM은 다음 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기업들의 AI 관련 지출이 소프트웨어 소비에 미칠 영향력을 미리 보여주는 전조로 해석된다.
▲ '소프트웨어 종말'의 새로운 양상
어도비나 세일즈포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올해 초 겪었던 주가 하락은 앤스로픽과 같은 AI 기업들이 기존 서비스의 저렴한 복제품을 쉽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IBM의 주가 폭락은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기업들이 AI 관련 제품을 구매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IT 예산을 잠식해버리는 이른바 '예산 밀어내기' 현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 치솟는 하드웨어 비용과 IT 예산의 한계
AI의 급격한 성장은 칩 가격을 상승시켰고, 이는 노트북부터 게임기, AI 데이터센터 서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기의 비용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비용 상승은 IBM의 핵심 고객층인 은행을 비롯한 대형 기관들의 IT 예산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사내 AI 도구를 구동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 크리슈나 IBM CEO "예상치 못한 자본 지출 우선순위 변화"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고객들이 가격 상승을 우려해 서버, 스토리지, 메모리 등 공급이 제한적인 인프라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분기별 자본 지출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는 완벽한 실행이 요구되는데, 이번 분기에 우리는 흔들렸다"며, 공급망 관련 영향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자본 지출 우선순위가 이렇게까지 급격히 재조정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 AI 도입을 위한 기존 지출 삭감의 현실화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기술 연구 책임자는 기업들이 코딩,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 AI 도구 활용을 늘리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기존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실적 시즌 전반에 걸쳐 이와 같은 유형의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고객들로부터 "AI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곳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 메인프레임 부진과 시장 환경 변화
IBM의 위기는 소프트웨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시대를 겨냥해 출시한 기업용 메인프레임 'z17'의 판매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IBM은 당초 인프라 수익이 한 자릿수 초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 구글, 오라클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거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는 기업과 달리, IBM은 기업 현장에 직접 시스템을 설치하는 모델을 고수하고 있어 금융 서비스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IBM[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경쟁 심화와 대응 전략
IBM의 메인프레임 컴퓨팅 및 컨설팅 사업은 이제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같은 AI 모델들과 직접 경쟁하는 처지가 되었다.
또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의 확산으로 인해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은 더욱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응해 IBM은 최근 레드햇과 함께 '프로젝트 라이트웰'을 통해 금융권 보안을 강화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사이버 보안 전략을 발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미래를 향한 투자와 글로벌 메모리 전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 도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IBM은 또한 차세대 처리 기술로 평가받는 양자 컴퓨팅 인프라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6월에는 양자 컴퓨팅 칩 제조를 위한 '안데론' 유닛을 출범하고 향후 5년간 9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 메모리 칩 제조사들은 AI 모델 학습 및 실행에 필수적인 DRAM과 NAND 플래시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난을 겪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가전 비용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시장의 반응과 향후 전망
14일 IBM의 폭락에 비해 워크데이, 어도비, 서비스나우 등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길 루리아는 투자자들이 IBM의 경고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이번 약세의 핵심 원인이 'z17 메인프레임' 수요 부족에 기인한 것임을 파악하고 소프트웨어 예산 잠식에 대한 공포가 다소 완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