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과량이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재개 첫날 13척으로 급감하며, 중동 정세는 물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2026년 7월 14일 20시(UTC), 미국 해군이 이란 항구 봉쇄 작전을 전격 재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봉쇄 재개 전날인 7월 14일 21척이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수는 봉쇄 재개 첫날인 7월 15일 13척으로 40% 가까이 급감했다.
미군은 즉각 강경 조치에 나섰다. 미국 해군 중부사령부(USCENTCOM)는 7월 15일 봉쇄선을 넘으려던 상업용 선박 2척을 회항시켰다고 밝혔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7월 1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13척의 선박 중 5척은 국제사회 제재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이란은 엿새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 요충지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26년 2월 28일 이전에는 하루 평균 130여척의 상업용 선박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현재 통과 선박 수는 전쟁 전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며, 봉쇄 재개 이후 그마저도 급감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2026년 4월 말,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첫 봉쇄를 단행했을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봉쇄를 통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6월 중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체결로 일시적으로 봉쇄가 해제되며 긴장도 잠시 완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 봉쇄가 재개되면서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고 있으며, 미 중부사령부는 뉴욕타임스에 9척의 선박이 항행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양국의 무력 대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7월 16일 기준, 국제 유가의 척도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경유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0.07달러 상승한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이란 전쟁 전보다 33%나 오른 수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글로벌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미국과 이란이 모두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폐쇄를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충돌의 수위가 조절될 수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해운업체들은 이 해협을 통과하는 항해를 제한하거나 중단할 것이고 걸프 국가들이 항로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시 배가할 것이어서, 결국 이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해협의 완전 폐쇄를 원치 않으면서도 눈에 띄는 양보를 하지 않는 가운데, 양측의 무력 대치는 긴장 장기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해운업체들의 항해 제한을 심화시키고, 걸프 국가들의 항로 다변화 노력을 가속화하여 장기적으로 이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