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2026년 한국 산업계가 전에 없던 '반란'에 직면했다.
2026년 7월 15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소속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대부분 E-7-3 비자 소지자)이 임금체계 개편과 차별에 반발하며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집단 가입했다. 이들은 같은 날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울산지부 총파업대회에서 발언하며 근로계약 전면 철회와 임금·복지 제도의 차별 철폐를 강력히 요구했다. 노조 측은 이번 집단 가입을 두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집단 행동은 그간 ‘저임금 노동자 확보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의 외국인력 유입 정책의 한계와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노동 구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2020년대부터 심화된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 전문인력(E-7-3) 비자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고 외국인 쿼터를 내국인 근로자의 20%에서 30%로 확대했다. 그 결과,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21년 4,512명에서 2024년 2만2,824명으로 불과 3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은 이제 한국 조선업 생산 현장의 핵심 엔진이 됐다.
그러나 '수혈'이라는 이름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25년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53.8%가 월 평균 25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7-3 비자 소지자의 경우 66.2%가 이 금액 미만을 받아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됐다. 이들의 저임금은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사진=AI 생성]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HD현대중공업이 제시한 새로운 외국인 임금체계였다. 노조에 따르면 이 임금체계에는 기본급이 17만~20만원 가량 줄어드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실질적 보상 수준을 높이고 근로자 간 임금 구조를 합리적으로 맞추기 위한 조치」이며 「식사 무료 제공 등으로 혜택이 커졌다」고 반박했다.
산업계는 이번 HD현대중공업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 측은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이주노동자지회'로 편제를 변경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몇천 명이 넘으면 기업에서 뭐든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임금 인력난 해소책으로 시작된 외국인 유입이 결국 '조직화된 불만'이라는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수로 돌아온 셈이다.
정부는 전문인력(E-7) 취업 비자 단계적 축소를 검토하는 등 정책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강민형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질임금을 대폭 늘리지 않는다면 내국인만으로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외국 인력의 숙련도 제고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국토안보부(DHS)가 7월 16일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F-1 비자 체류 기간 4년 제한 규정 등 국제적인 이주노동 및 유학생 정책 변화의 흐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 노조 가입은 단순히 HD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력난이라는 단기적 해법에만 집중하며 저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대체해온 한국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2026년 여름, 한국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남윤서, 이수정 기자 (na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