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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반도체·중동 악재에 4.46% 급락…6,500선 간신히 사수

국내 증시가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급락했다.

코스피는 장중 6,500선을 내주기도 했으며, 코스닥도 5% 넘게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시장 전반을 지배했다.

반도체 업종이 시가총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증시 구조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약세가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고,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 반도체·중동 악재 겹치며 코스피 4%대 급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4.33포인트(4.46%) 하락한 6,516.2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2.60% 하락한 채 출발한 뒤 장중 한때 낙폭을 줄이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오후 들어 매도세가 급격히 확대됐다.

장중 최저치는 6,472.80으로 6,500선 아래까지 밀렸으며, 이후 일부 낙폭을 만회하며 가까스로 6,500선을 회복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가 엇갈렸지만 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매도 사이드카 발동…시장 변동성 확대

증시 급락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11시 21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이번이 38번째이며, 이 가운데 매도 사이드카는 20번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오전 10시 52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올해 들어 23번째 사이드카가 시행됐다.

양 시장에서 동시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얼마나 확대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투자심리 압박

이번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였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무료 공개한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 '키미(Kimi) K3'가 예상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AI 산업의 투자 구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는 AI 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Peak Out)' 우려가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약세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대형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4.31%, SK하이닉스는 4.23% 각각 내렸다.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50.33%를 차지하고 있어 주가 하락이 지수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천750억원, 6천120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인들이 단기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차익 실현과 위험자산 축소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4.5% 급락해 6,500선 턱걸이
코스피, 4.5% 급락해 6,500선 턱걸이(Photo : [연합뉴스 제공])

▲ 기관 대규모 매도…시장 하방 압력 확대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투자가의 매도세가 시장을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9천21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5천235억원, 3천51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3천51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관의 현물 매도 규모가 이를 웃돌면서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연기금과 기관의 리스크 관리 차원 매도가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 중동 긴장 고조…유가 상승도 악재

반도체 외에도 중동 정세 악화가 투자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미군 사망과 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공식 파기 등으로 중동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향후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고, 이는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신증권은 제헌절 연휴 기간 동안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글로벌 증시 분위기가 빠르게 냉각됐다고 분석했다.

▲ 시총 상위주 전면 약세…현대차도 40만원 붕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현대차는 6.12% 하락하며 40만원 선을 내주었고, 보험(-8.98%)과 기계·장비(-7.22%) 등 대부분의 업종이 큰 폭으로 내렸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삼천당제약이 FDA 관련 기대감에 힘입어 29.82% 급등하며 홀로 강세를 보였으나, 시장 전체적으로는 상승 종목(198개)보다 하락 종목(1,487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코스닥 5% 급락…삼천당제약만 급등

코스닥시장도 낙폭이 더욱 컸다.

코스닥지수는 42.20포인트(5.33%) 하락한 749.64에 마감했으며 장중에는 747.00까지 떨어져 최근 1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성장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삼천당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먹는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개발과 관련한 사전협의(Pre-ANDA) 공식 답변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29.82% 급등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오늘 장은 반도체 실적 기대 약화, 중동 지정학 리스크, 외국인 선별 매수와 기관 매도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수는 6,500선을 지켰지만, 시장의 체력은 상당히 소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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