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 지난 1년간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이어온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우려에도 성장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AI 투자로 단기 수익성이 일부 희생될 수 있지만, 검색과 클라우드, 기업용 AI 사업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장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반독점·AI 열세 우려에서 1년 만에 분위기 반전
불과 지난해 여름만 해도 알파벳은 반독점 규제 압박과 검색 광고 시장 지배력 약화 우려에 직면해 있었다.
오픈AI의 챗GPT(ChatGPT)가 검색 트래픽을 잠식하며 90%가 넘는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당시 구글은 AI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회사를 분할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반독점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됐으며, 검색 사업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알파벳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검색 사업을 성공적으로 방어했고, AI 경쟁에서도 후발주자에서 선도 기업을 노리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 80% 넘게 뛴 주가…여전히 부담스럽지 않은 밸류에이션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파벳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80% 이상 급등하며 엔비디아와 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치가 높은 상장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주가 상승으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5배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과도한 수준으로 보지 않고 있다.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 실적이 증명한 성장세…매출 24% 증가
이 같은 성장 가능성은 최근 발표된 분기 실적에서도 확인됐다.
알파벳은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했으며, 특히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AI 투자 효과가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AI 투자 확대에 시장은 긴장…그러나 경쟁력 확보에는 긍정적
물론 부담 요인도 존재한다.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치를 기존보다 150억 달러 늘린 약 2,0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2027년 알파벳의 자본지출은 2,5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마존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보다도 많은 규모다.
시장 예상대로라면 막대한 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은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AI 투자 경쟁에서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기업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쟁사들이 투자 속도를 늦출 경우 알파벳은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AI 모델 출시 지연은 변수…하지만 영향은 제한적
알파벳은 최고 성능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는 다소 뒤처진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신 모델인 '제미니(Gemini) 3.5 프로'는 당초 6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수주째 공개가 연기됐다.
AI 산업에서는 출시 지연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쟁사들이 계속 발전하는 만큼 한 번 뒤처질 경우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메타도 최근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알파벳이 메타보다 충격을 덜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고객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출시 지연만으로 고객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 기업 고객은 오히려 증가…AI 서비스 성장 지속
실제로 기업 고객들은 알파벳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몰리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기업용 AI 서비스인 '제미니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의 유료 활성 이용자가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AI 코딩 도구 분야에서는 최신 모델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이번 지연이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 검색과 클라우드 등 알파벳의 핵심 사업 대부분은 반드시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이 필요한 영역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 효율성 중심 AI 전략…속도와 비용 경쟁력 강화
최근 알파벳은 초고성능 모델 경쟁보다 효율성이 높은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미니 챗봇의 응답 속도를 높이고 컴퓨팅 자원 사용량을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 연산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은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현재 AI 시장에서는 최고 성능뿐 아니라 빠른 응답 속도 역시 사용자 확보와 유지에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

구글-고정밀-지도-반출-조건부-승인-2개월기술-협의-교착-장기화(Photo : 연합뉴스)
▲ 검색 광고와 클라우드 모두 성장세
알파벳의 기존 핵심 사업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광고 시장은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검색 결과에 적용한 AI 오버뷰(AI Overviews) 기능은 오히려 검색 트래픽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BMO 캐피털마켓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구글 검색 사업이 분기 기준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분기 검색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 클라우드 사업 고성장…AI 수혜 본격화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클라우드 사업이다.
알파벳은 클라우드 매출이 82% 증가한 248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애플과 메타, 앤스로픽(Anthropic) 등 대형 고객사를 기반으로 총 5,140억 달러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체 개발 AI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외부 고객의 데이터센터에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회사는 내년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수요가 지속되는 한 알파벳은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비교 대상인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은 1분기 매출 376억 달러로 28% 성장하는 데 그쳤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최근 분기 성장률이 40% 수준이었다.
▲ 막대한 현금 보유…AI 투자 지속 여력 충분
알파벳은 공격적인 투자에도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올해 약 6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6월에는 약 850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추가로 조달했다. 이에 따라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시장성 자산은 총 2,420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 AI 투자 관련 회사채 공급이 급증하면서 시장 반응은 다소 둔화됐지만, 알파벳은 경쟁사보다 훨씬 여유 있는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AI 투자 경쟁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 단기 우려보다 장기 성장성에 주목
알파벳 주가는 올해 나스닥 종합지수 상승률을 다소 밑돌았으며, AI 모델 출시 지연 소식 이후 최근 조정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의 저비용 AI 모델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일시적인 변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일부 일정 지연에도 검색과 클라우드, 기업용 AI 사업의 성장세는 여전히 견조하며, 알파벳의 장기 성장 스토리 역시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